(왼쪽부터) 김규민 지동범동물안과치과병원, 이상관 조은동물의료센터, 권대현 동물치과병원메이, 최규환 태일동물치과병원 원장
(왼쪽부터) 김규민 지동범동물안과치과병원, 이상관 조은동물의료센터, 권대현 동물치과병원메이, 최규환 태일동물치과병원 원장

[이프레시뉴스]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치아를 뽑아야 한다는 것은 보호자에게 큰 아픔이다. 아이들이 겪었을 치통과 발치로 인한 불안감은 보호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의 치아는 어떤 경우에 발치를 해야 할까. 또 사람에게 보편화된 임플란트 시술은 반려동물에게도 적용 가능할까? 수의학적 관점에서 현주소를 짚어봤다.

반려동물의 치아 건강을 책임지는 ‘수의치과학’은 인간의 치의학을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동물은 사람과 해부학적 구조, 생활양식, 섭식 형태 등이 다르고 스스로 구강 관리를 할 수 없다는 특성을 고려하여 차별화된 독립적인 학문으로 발전해 왔다.

사람의 치의학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수의치과학도 역시 유사한 진보를 보이고 있지만 사람과 동물의 신체적 특성 차이로 치의학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임플란트다. 사람에게는 이미 보편화된 치료법이지만, 동물에게도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남아 있다. 

따라서 수의치과학 분야에서는 동물에게 적합한 임플란트 시술법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람에게 사용하는 임플란트를 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이는 많은 수의사들이 고민해온 질문이다. 실제로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물에게도 임플란트 적용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재 일부 수의치과학 논문에서는 동물 임플란트 시술과 관련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도 이제 임플란트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반려동물 보호자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질문이다. 

사진=치(齒)중진담
사진=치(齒)중진담

사람의 경우 △치아 보존 △저작 기능 개선 △미용적 가치 등을 위해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다. 하지만 반려동물에게도 임플란트가 사람만큼 유용할지는 각각 따져봐야 한다. 

치아의 보존
반려동물에게 임플란트 시술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바로 ‘전신마취’다.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에게는 필수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치주질환의 위험이 증가하는 반려동물은 전신마취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때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한 번의 마취로 최대한 모든 치료를 끝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임플란트 시술은 최소 세 차례 이상의 전신마취가 필요하며, 이러한 여러 번의 마취를 통한 침습적인 치료가 반려동물에게 꼭 필요한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또한 임플란트 시술 후에는 구강 관리가 필수적이다. 사람의 경우 치실, 치간 칫솔, 하루 세 번 양치질 등 적극적인 관리와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임플란트를 유지 및 보존한다.

반려동물 역시 사람과 비슷한 구강 관리가 이루어져야만 임플란트를 의미 있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반려동물에게 사람만큼 철저한 구강 관리를 해주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음식의 저작 개선 
사람과 반려동물의 저작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반려동물은 서로 부딪히는 치아가 없어 인간처럼 음식을 갈거나 씹지 않는다. 이들의 치열은 음식을 통째로 움켜쥐고, 찢고, 삼키는 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사료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열육치(carnassial teeth, 찢어 먹는 치아)를 사용하여 먹이를 삼킬 수 있는 크기로 잘라서 다른 포식자에게 먹히거나 먹이를 빼앗기지 않도록 빨리 섭취하기 위한 습성 때문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은 온전한 치아로도 사료를 삼켜 먹는 경우가 많아 임플란트 시술이 저작 기능 개선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사진=치(齒)중진담
사진=치(齒)중진담

미용적 가치
반려동물에게 미용적 가치는 수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은 치아가 빠졌다고 해서 속상해하거나 외모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아래 송곳니가 없는 경우 혀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길 수는 있지만, 치아 상실은 단순히 미용적인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실제로 개의 저작 기능을 돕는 하악 구치부 임플란트 시술 사례가 2003년 ‘미국수의치과협회’에 보고된 바 있다. '임플란트 식립 후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내원했으나 치주염, 치조골 소실, 골수염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의 경우에도 2017년 미국수의치과협회에 송곳니 상실 후 임플란트 시술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 경우는 2~4년간 유지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치(齒)중진담
사진=치(齒)중진담

결론적으로 사람의 경우 임플란트는 치아의 기능을 보존하고 미적, 기능적 개선을 가져오는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수의학에서는 아직 임플란트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성공률 그리고 반려동물의 삶에 질 향상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충분한 임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임플란트는 수의치과학계에서 권장하는 치료법은 아니다.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유효성이 입증되어야만 비로소 반려동물에게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수의학의 지속적인 발전과 함께 수의치과에서도 반려동물을 위한 구강 진료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김규민 지동범동물안과치과병원·이상관 조은동물의료센터·권대현 동물치과병원메이·최균환 태일동물치과병원 원장

정리=김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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