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의 사상 최대 폭락에 뿔난 농가는 수확을 앞둔 20일 풍요로운 수확 대신 논을 갈아엎는 선택을 하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협중앙회 이성희 회장  사진=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이성희 회장 사진=농협중앙회

이에 대해 이성희 회장이 오로지 현행 4년 임기법을 갈아엎어 연임만을 걱정하고 농민들의 어려움은 외면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0년 1월 31일 제24대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에 당선돼 4년 단임으로 2024년 1월 31일까지 임기가 정해졌다.

현행법으론 임기 4년에 중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와 농민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농협 체제 변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농협 회장 연임은 꾸준히 제기된 바 있지만 막강한 권력 집중 이유로 반발 여론이 심해 무산됐다.

지난해 1월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신협,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 등의 회장이 임기 4년에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 어긋난다"며 농협 중앙회장의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했다.

2017년 당시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도 조직의 장기적인 성과와 발전을 위해 연임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도 사업의 연속성과 농협의 발전을 위해 4년 단임제로 인한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권력의 집중화라는 단점도 있지만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연임 행보에 비판적인 시각이다. 이 회장은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특히 농협, 축협 조합장, 지자체장, 국회의원 동향 등의 이슈사항을 매일 보고토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농가에선 쌀값 폭락으로 벼를 갈아엎는 ‘논갈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각 지역본부에 따르면 인건비 기름값은 오르는데 쌀값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생존이 걸렸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충남 예산, 경북, 전북 지역 등에서 벼를 갈아엎으면서 쌀값 안정과 대책을 요구했다. 이 같은 항의는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쌀 산업 안정 특별지원을 통해 410억원과 무이자 자금 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3000억원 무이자 지원은 농협이 벼 수매를 위한 창고 공간을 확보하는 데 사용된다.  

과거 쌀값 안정을 위해 1조 이상을 투입한 것에 비해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농협도 법적인 규제와 농민을 위해 완충 역할을 하는 바람에 농협까지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농협 중앙회가 정부 또는 국회를 상대로 적극적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관계자는 "쌀값 폭락 등 농가는 위기 상황인데 이 회장은 연임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2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이성희 농협 회장 규탄을 위한 전국 조합원 결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이 회장이 정부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을 방관해 쌀값 폭락과 농촌 소멸을 방관하고 연임에만 목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프레시뉴스와의 통화에서 "농협 중앙회도 농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양곡관리법이 처리되면 추가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당장은 특별편성된 예산외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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