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원 등 국내산 재료 착각 유발 홍보문구…과장광고 제재 ‘無’

'우리땅'이라는 표현을 쓴 오리온 포카칩(완쪽), '밀 100% 국내에서 만든'이란 문구를 사용한 CJ제일제당 과자용 밀가루(오른쪽 위), 대상 청정원의 '우리쌀로 만든 찰고추장)

‘수입산’ 원재료를 대거 사용한 ‘무늬만 국내산’ 식품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과장광고’여부를 판별하는 정부의 기준이 워낙 느슨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 ‘국내에서 만든’ 밀가루…알고 보니 ‘미국산’ 속았다?

#사례1= CJ제일제당은 백설 과자용 밀가루를 판매하고 있다. 상품명 위에는 ‘밀100%로 국내에서 직접 만든’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밀 100%’는 글씨 크기도 다른 글자들에 비해 더 크다. 언뜻 봤을 땐 국내산 밀을 사용한 제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품 뒤쪽 원재료의 원산지를 살펴보면 ‘미국산 밀 100%’다.

#사례2= 오리온의 감자칩인 ‘포카칩’에는 ‘원료부터 다릅니다. 우리 품종으로 우리땅이 키워 더 맛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국산 감자가 주원료임을 알리는 문구 같지만 이 제품의 실제 주원료는 미국산 생감자다.

#사례3= 대상 청정원 ‘우리쌀로 만든 찰고추장’은 고추장 제조 시 들어가는 밀가루 대신 국산 쌀을 넣어 만든 제품이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우리쌀로 만든’이 제품명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고추장의 주 원료인 태양초는 국산은 일부일 뿐 중국산을 사용한다.

업체들은 하나같이 ‘일부러’ 강조한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소비자 혼동을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해당 문구들이 사실관계에서 어긋나는 것은 아니므로 문제없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 과자용 밀가루의 경우 미국산 밀을 국내에서 가공해 판매한다. 업체는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국내에서 직접 만든’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사실관계에 부합한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수입된 밀가루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문구였을 뿐 일부에서 제기된 우롱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리온에 따르면 포카칩은 국내산 가공용 감자를 원료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따라 ‘우리 품종으로 우리땅이 키워 더 맛있습니다’라는 문구사용이 가능하다.

오리온 관계자는 “재배한 국산 감자를 사용하는 것은 맞으나 감자 수확이 어려운 시즌에는 미국감자를 사용한다”며 “일부러 강조한 것은 아니나 혼동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청정원 관계자 역시 “‘우리쌀’이 들어간 것은 사실에 부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중국에 자체공장이 있어 중국산 태양초를 사용하는 것일 뿐 품질이나 제품 제작관리 등은 국내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 ‘허위사실’ 아니라 제재도 애매

이외에도 롯데그룹 계열 제빵업체인 롯데브랑제리는 옥수수 0.0004%를 첨가한 빵을 만들어 놓고 ‘신선한 옥수수맛을 느낄 수 있다’고 홍보했다.(본보 롯데 옥수수 0.0004%넣고 옥수수빵? 참고 )

또 삼립식품의 딸기롤케익에는 딸기잼이 1.08% 함유돼있으나 ‘상큼한 딸기크림이 들어있는 부드러운 롤케익’이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 이 회사 ‘신선가득우유샌드위치’에는 탈지분유 0.23%, ‘우리사과로만든700애플반달케익’에는 사과다이스 1.13%가 들어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사실을 광고에 쓰는 경우, 사실과 다른 부분을 사실처럼 홍보하는 경우 등을 허위∙과장광고로 규정하고 있다.

극미량의 첨가물 만으로도 ‘국내에서 만든’ ‘우리쌀로 만든’ 등의 문구사용이 가능한 배경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품설명이나 표기문구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부 최모씨는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오인하기 쉽게 교묘한 문구들을 사용해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 우롱이나 마찬가지”라며 “업체들의 얄팍한 홍보전략에 대한 제재를 통해 피해를 방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컨슈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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