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김정열 제주농협친환경작목반협의회 회장

‘느영나영’(너랑 나랑이란 뜻)이란 브랜드로 서울지역 초등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김정열 제주농협친환경작목반협의회 회장. 그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하루빨리 달라지기를 기대한다.

그는 또 “이제는 의식주(衣食住)가 아니라 식의주(食衣住)시대”라고 말한다. 웰빙을 추구하는 요즘에는 먹을거리가 가장 중요하고, 특히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와 과일이 단체급식에 우선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논리다. 김회장에게 제주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 물어봤다.

- 친환경 농산물이 대충 뭔지는 알겠는데 교육을 위해 체계적으로 설명해 달라.
△ 친환경 농산물이란 ‘환경을 보전하고 소비자에게 보다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농약, 화학비료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량만 사용한 농산물’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학교급식은 가공식품과 수입농산물 사용을 자제하면서 우리 땅에서 제철에 나는 친환경 채소와 과일을 사용해야 한다.

- 농약과 화학비료를 조금 사용한 것도 친환경 농산물에 속하나.
△ 친환경 농산물을 세분하면 복잡하다. 유기농산물은 일정기간(다년생 작물은 3년, 그 외 작물은 2년) 이상을 유기합성농약과 화학 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것을 뜻한다. 이에 비해 친환경으로 분류된 무농약 농산물은 유기합성농약은 일체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1/3 이내로 사용한 것이다.

- 친환경 채소와 과일들은 장점이 많다고 한다.
△ 친환경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영양가가 높다. 미네랄, 비타민 등의 필수 영양소가 2~3배 많이 함유돼 있고, 항산화 물질은 6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증제를 통해 누가 어디서 생산했는지도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

-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의 친환경 농산물은 더 특별한가.
△ 지난 6월 제주도교육청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관계기관이 친환경 급식이 하는 도내 267개 학교 중 30개교를 대상으로 식재료의 잔류 농약상태를 검사한 결과 농약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또 감귤, 양배추, 브로콜리 등 제주의 친환경 농산물 14개 품목이 작년에 세계적으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의 농림수산성이 인정한 민간 인증기관인 JAS 유기인증은 물론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세계유기인증, 미국 농무부(USDA) 인증 등을 획득했다. 제주의 친환경 농산물의 안전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 학교급식의 현실은 그러나 여전히 가공식품 비중이 커 보인다.
△ 조리가 간편하고 학생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냉장ㆍ냉동 가공식품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품의 보존기간을 늘리고 맛이나 향, 질감, 모양 등을 좋게 하기 위한 화학조미료, 산화방지제, 유화제, 보존제 등 독성이 있는 화학첨가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첨가물은 어른에 비해 면역기능과 독성 물질을 해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신체적, 정서적으로 많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농산물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가격이 걸림돌이다.
△ 일반 농산물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수요가 단기간에 크게 늘지 않아 판로 확대가 걱정거리다.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은 없는 법이다. 제 값을 치를 줄 아는 소비문화가 친환경 농업을 발전시켜줄 것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가격이 어느 정도 일정한 반면 일반 농산물은 작황에 따라 가격 등락이 심하다. 이미 채소값이 크게 오르고 있어 조만간 일반 농산물보다 친환경 농산물이 더 싸게 팔리는 반대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도 있다.

- 친환경 농산물의 구입 동기는 안전성과 품질이지만, 확신이 안드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 물론 친환경 농산물은 구입 전이나 구입 후에도 그것이 갖는 기능이나 효능을 확인하기어렵다. 그러나 재배과정에서 분명히 더 많은 품이 들어가고, 인체나 환경에서 해가 되는 성분을 포함하지 않는 것에 대한 평가 덕분에 조금 더 높은 시장가격을 형성하게 된다. 인증제를 통해 안전성과 품질을 확보했는데 소비자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이유 중 하나다.
△ 친환경 농산물이 벌레 먹은 흔적 등으로 품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감귤의 경우 소비자들은 샛노란 것만 좋아한다. 청기가 있어도 당도가 충분히 올라 있지만 농가에서는 소비자가 노란색만 원하니까 저온저장했다가 출하하는 실정이다. 대형 유통점에서 노란 감귤의 꼭지를 확인해보면 거의 대부분 까만데 이는 한달 전에 수확한 것으로 보면 맞다. 딸기인 경우 품종에 따라 착색 정도가 80%로 내외에서 수확하는 품종도 있는데 100%로 착색된 것만 찾는다면 잘못 이해하고 있다. 완숙토마모인 경우 농가가 100% 착색된 상태에서 수확하는 경우는 없다. 수확 후 시간이 지나면서 착색이 된다고 보면 된다. 친환경 과일은 포도, 사과, 배인 경우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을 처리하여 과 크기를 크게 하고 있다. 무농약재배 이상인 경우 이러한 화학 약제를 처리하지 못하므로 일반적으로 알이 작다.

- 학교급식 담당자들이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공급하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 모든 농가에서는 가능하면 소비자가 한눈에 쏙 들도록 하고 싶을 것이다. 일손 부족과 비용증가 등에 따른 선별ㆍ출하관리가 미흡하지만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농가에서도 나름대로 애쓰고 있고 급식현장에서도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어 상황이 나아지리라고 본다.

- 아이들에 대한 올바른 친환경 농산물 교육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 과일은 가급적 속살보다 영양이 더 많은 껍질째 먹도록 가르쳐야 한다. 브로콜리도 줄기에 영양성분이 더 많아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어릴 때부터 거친 것을 먹는 습관을 익혀야 어른이 되어서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아라중학교의 경우 처음에는 70~80%가 친환경 급식이 뭔지 몰랐다. 선생님들이 ‘친환경 농산물은 이런 점이 좋다’고 적극 설명해주니까 학생들이 비로소 좋은 줄 알고 있다. 그 결과 친환경 학교급식 이후 잔반도 크게 줄어들었다. 친환경 급식과 병행된 학교 교육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 친환경 농업은 소비자의 건강이나 농민들 소득, 먹을거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 우리 땅의 농토와 물 생태계,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먹을거리를 보호하고 지키는 일이 친환경 농업의 근본이다. 식생활 교육은 단순히 좋은 음식만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먹는 먹을거리가 누가 어떻게 생산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조리되어 식탁 위로 올라오는지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체험을 통해 습득하는 과정이다. 식생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영양교육뿐만이 아니라 먹을거리를 둘러싼 농업, 환경, 생명, 식품안전, 지역사회 등 다양한 분야와 가치들을 배우고 그것들 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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