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와 관련 적은데도 가혹한 여론 형성

<이 글은 박정혜 경남학교영양사회 회장이 지난 8월 17일 ‘경남신문’ 오피니언면의 ‘열린포럼’에 실린 기고의 전문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조사한 육류납품업체와의 계약으로 인한 학교급식비리 사건으로 경남교육계는 최근까지 호된 질타를 받았다. 어느 비리사건보다도 관련자가 많았으며, 학생들의 인성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교육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대다수 학부모들이 실망을 했고 급식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성이 매우 적은 영양사 및 영양교사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여론 형성으로 명예가 훼손되고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저하된 상태다.

지난 7월 15일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가 ‘학교급식비리 예방!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다’ 토론회를 주최하면서 경남지역 학교급식 비리 사건과는 관련성이 없는 경기지역 전 조리사 모씨의 주장이 여과 없이 발표됨으로써 학교급식 비리 예방이라는 토론회의 본질이 퇴색됨은 물론이고 영양사, 조리사 간의 갈등구조를 표면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울러 토론회를 참관하거나 이후 지역언론 보도를 통해 학교급식과 영양사 및 영양교사에 대해 학부모들이 왜곡된 인식을 갖게 했으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위생적이고 안전한 급식운영을 위해 급식관리 총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영양사 및 영양교사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경기도 모 중학교 조리사의 주장을 확인한 결과,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와 관련, 조리사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의해 100만원 벌금으로 약식기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해당 학교와 교육청,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역시 영양사의 비리혐의에 대해 증거가 없어 교장 등 관리자에게만 지도소홀로 경고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론회의 주제발표자 조리사 모씨의 주장을 취재해 보도한 경남의 모 언론사의 기사에 대해 경남영양사회에서 명예훼손으로 언론조정신청을 했으며, ‘영양사의 직무 범위와 비리 가능성과는 관련성이 없다’는 영양사회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해당 언론사는 기 보도된 기사를 삭제했고, 8월 11일자로 조정 보도문을 게재했다.

검수는 영양사 및 영양교사가 계획한 식단에 따라 납품된 식재료와 물품의 품질, 선도, 위생, 수량, 규격이 주문내용과 일치하는지 검사하는 직무로서 현행법상 명백한 영양사 및 영양교사의 직무이며, 2008년부터 학교급식에서는 학교급식 수용자의 만족도 향상과 학교급식 투명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학부모 또는 교직원(학교장, 행정실장 등)의 참여하에 식재료 검수를 하고 있다.

이번 급식비리사건을 접하면서 교육계에서는 비리 척결을 위한 많은 제도를 제시했으나 비리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었고, 시민단체에서는 급식제도 개선을 위한 의지와 지적이 도를 넘어 현장의 사기를 꺾고 갈등의 구조를 표면화시켰으며, 지역 언론도 사실 확인 없이 보도를 함으로써 현재 학교급식이 학생들의 건강증진에 매우 순기능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한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학교급식비리 근절은 계약방법 개선, 급식지원센터 설립, 급식업무 공개, 학교급식점검단 활성화 등 다양한 제도 방안 마련에 앞서 급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학교장 및 급식관련 공무원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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