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故 황기환 애국지사 뉴욕 환송행사가 독립운동의 중심지 역활을 했던 뉴욕 한인 최초의 교회인 뉴욕한인교회에서 열렸다. 황 지사는 지난 10일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7묘역에 안장됐다. 사진=뉴욕한인교회
지난 8일 故 황기환 애국지사 뉴욕 환송행사가 독립운동의 중심지 역활을 했던 뉴욕 한인 최초의 교회인 뉴욕한인교회에서 열렸다. 황 지사는 지난 10일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7묘역에 안장됐다. 사진=뉴욕한인교회

[이프레시뉴스] 2023년 4월 8일 고(故) 황기환 애국지사가 100년 동안 잠들었던 뉴욕시 퀸즈 보로 메스패스의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를 떠나 죽어서도 잊지 못하던 조국으로 돌아갔다. 

황 지사는 생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동지들과 함께 했던 뉴욕 최초의 한인 교회인 ‘뉴욕한인교회’에서 환송 행사를 마치고, 한국군 출신 노병들의 운구와 미군 출신 노병들의 굿바이 경례 그리고 뉴욕 한인들의 환송을 받으며 미국을 떠났다. 

드망즈 주교가 쓴 일기 1920년 3월 12일자 기록에 따르면 그는 1886년 한성부(현 서울특별시)에서 태어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국가보훈처 ‘포상자 공적조서’에는 평안남도 순천 출신으로 1904년경 하와이에 입항해 뉴욕으로 건너갔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하자 기독교청년회 소속으로 미군에 지원해 유럽전선에서 병사들을 구호하는 임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지사는 제1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후 파리에 있던 독립운동가 김규식 선생의 제안을 받고 1919년 6월 3일 한국 대표부 서기장으로 임명돼 활동한 기록은 중국 매체 <신민일보>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이후 황 지사는 런던, 파리, 제네바, 이탈리아 샹레모 등을 오가며 일제침략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여러 언론과 인터뷰하던 도중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드망즈 주교와 면담이 이뤄졌으며 당시 면담 내용이 그의 일기에 기록돼 오늘날 황 지사 공적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드망즈 주교 일기에는 황 지사가 미국으로 건너간 배경과 미군 입대 후 2년간 프랑스 전쟁 참여한 계기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프랑스에 남아 있게 된 내용 등이 기록돼 있었다. 

황 지사는 외부 지원을 받지 못해 활동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도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면서 약 3년 반 동안 조국 독립운동 활동을 했다.

1921년 8월 워싱턴 회의 준비 차 미국으로 돌아와서도 조국의 독립운동을 펼치다 1923년 4월 18일 심장병으로 순국했다. 당시 향년 37세 젊은 나이에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에 잠들었다. 

한국 정부는 1995년 고(故) 황기환 애국지사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지만 그의 묘소를 찾을 길이 없었다. 2008년 뉴욕한인교회 장철우 목사에 의해 발견되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국가보훈처는 2013년부터 유해 봉환에 나선지 10년 만인 지난 2월 미국 뉴욕주 법원의 승인을 받아 국내로 모실 수 있게 됐다. 

황 지사는 국운이 다한 구한말에 태어나 16살 어린 나이에 홀홀 단신으로 이역만리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조국이 일본제국주의에 빼앗기는 것에 분노하며 나라를 찾기 위해 유럽 여러 나라들과 미국을 오가며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다 쓰러졌다. 비록 37세 짧은 생애였지만 조국 해방을 위하여 불꽃처럼 온 생을 받친 것이다. 

황 지사는 결혼도 하지 않아 가족도 후손도 없이 쓸쓸히 잠들었지만, 조국은 그를 잊지 않고 100년 만에 고국으로 모셔갔다. 그는 민족과 함께 영원히 조국 독립의 애국지사로 영생하게 되었다.

한편 황 지사 묘소 인근에 잠들어 있는 고(故) 염세우 애국지사를 비롯해 비석도 없이 묻혀 있는 수많은 애국지사들은 그 공적을 확인할 수가 없어 여전히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외세에 빌붙어 한 생을 편히 살았던 자들은 영원히 매국노로 영생하고, 구국의 일념으로 청춘과 생명을 바쳤던 애국지사들은 조국과 함께 영원히 애국자로 영생하게 된다는 것을 행사에 참석하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황 지사를 고국으로 보내면서 애국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이곳에서 동포들과 함께 한민족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발전시키며, 권익을 향상해 모국과 발 딛고 있는 이 나라와의 관계를 더욱 좋게 만들고, 나아가 민족의 숙원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힘을 보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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