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나빠도 ‘KB금융에 상납’은 해야
‘관치 금융’ 지나치다 반론도

KB국민카드 이창권 대표. 사진=KB국민카드
KB국민카드 이창권 대표. 사진=KB국민카드

[이프레시뉴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과도한 성과급·배당금 자제를 강력히 요청한 가운데 KB국민카드가 이를 무시하고 고배당을 실시해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현장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부터 KB국민카드를 상대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KB국민카드만 지목해 현장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이 지난해 최대 수익을 올리고 과도한 성과급 지급과 고배당에 나서자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이자장사라고 지적하며 자제요청에 나섰다.  

지난달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금융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에서 돈을 빌린 고객의 사정은 더 어려워졌는데 금융사들은 대규모 수익을 내며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므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며 “중장기적으로 금융사의 성장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KB국민카드는 지난해 3501억원 규모의 배당에 나섰다. 순이익은 줄었지만 2021년보다 40% 증가한 사상 최대 배당을 결정한 것이다. 

KB국민카드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배당을 단행했다. 

KB국민카드 지난해 순이익은 3786억원으로 2021년(4186억원)보다 9.6% 감소했다. 통상 순이익이 줄면 배당 규모도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KB국민카드 고배당은 경쟁사에 비해 확연히 큰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1위 신한카드(2566억원)와 자산 규모가 비슷한 삼성카드(2668억원)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배당금은 한 주당 3805원이며 배당 성향은 92.5%로 2021년(59.7%)보다 높았다. 하지만 고배당에 대한 뚜렷한 이유를 내놓지 않고 있다. 

KB국민카드가 고배당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고배당 기조에 발맞추기라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 회장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주 환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30% 이상이 돼야 한다며 고배당 정책을 펼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현금배당 26%에 자사주 매입·소각 3000억원을 더해 총주주환원율을 전년보다 7%포인트 늘어난 33%로 결정했다. 또한 적극적인 주주 환원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중장기자본관리계획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를 대상으로 결산검사와 신속한 검사 착수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 원장이 지난달 20일 회의에서 관련 조사를 밝힌 지 3일 만에 검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당국 수장의 경고를 무시한 KB국민카드와 KB금융지주는 금감원과 일전을 벌이는 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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