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현장 목소리 시책에 적극 반영해야

△학부모, 학생 대표가 지난 14일 열린 아침급식 품평회에서 시식해 보고 있다.

경기도청이 추진 중인 학생들의 아침급식 제공에 대한 급식현장에서의 의견이 분분하다.
반대 여론이 많은 가운데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아 아침급식에 대한 찬반 논란은 갈수록 달아오를 전망이다.

영양교사 A는 ‘정성이 하나도 안 들어간 인스턴트식단’란 점을 지적하며 “급식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면 고스란히 학교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걱정했다.

또 다른 B영양사는 “노인 인력을 쓴다고 하는데 조리실에 우리 조리원들이 아닌 노인들이 와서 각종 기기들을 사용하게 되면 위생관리나 안전관리는 그야말로 무풍지대가 될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침먹이고 소독도 제대로 못한 식기구로 점심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힌 C영양사는 “행정적인 뒷받침이 안될 경우 절대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학교 급식현장에서 쏟아지는 반대 여론은 몇가지로 묶여진다.
△급식현장 업무가 가중된다. △위생관리 책임은 결국 영양(교)사가 지는 것 아니냐. △왜 하필 인스턴트 식품인가. △책상에 앉아 만든 현장감 없는 정책. △가정을 포기하는 일 등.

이에 반해 학생을 자녀로 둔 영양(교)사들은 대체로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맞벌이를 한다는 D영양교사는 “엄마들이 피곤해서 아침밥 못 먹고 오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지금보다 일이 더 늘어 힘들고 지친다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업체의 한 영양사는 “산업체에는 조중석 하는 곳이 많다”면서 “맞벌이 엄마로서 아침밥을 잘 챙겨주지 못하는 형편이라 우리 아이들에게 뭐라도 먹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어쩌다 한두번 애들이 밥을 안먹고 학교에 갈 경우 간단하게 요기하라며 돈을 주긴 하지만 마음이 불편했는데, 학교에서 아침급식을 해준다면 엄마로서는 반가워 할 일”이라고 E영양사는 말했다.

F영양사는 “아이들 아침급식은 밥이 아니라 모두 국내 쌀로 만든 간편 가공식품들이고 교육청에서 대체 인력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무턱대고 반대만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잘 알려진 회계직 영양(교)사 중에는 학생 아침급식에 동참하려는 의견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고, 아이들 아침은 꼭 먹여서 보낸다고 밝힌 한 회계직 영양사는 “영양사일 한다는 거 힘들지만 행여나 밥 못먹고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일 수 있다면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계직 영양사는 “위생관념 없는 사람이 새로 와서 검수하고 배식하는 것보다 일하기를 원하는 영양사나 조리원 1명이 조리와 배식 등을 해주고 수당을 받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면서 “계약직은 학교장이 원하는데 안하다고 하면 고용이 불안해지고, 처우가 열악하니까 교육청에서 하는 일에 협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침급식에 찬성하는 여론의 초점과 생각의 출발은 모두 ‘우리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청소년들의 아침결식률이 높다(36.9%)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 대상으로 삼고 있다.

김상곤 교육감은 무상급식과 함께 아침급식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제14대 경기도 교육감으로 취임하면서 줄곧 염두에 둬 왔던 사안이고, 이번 6.2 지방선거를 통해 재임하면서 수면위로 올려놓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아침급식 태스크포스팀은 그동안 조사와 연구, 전문가들의 자문 등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쌓고 명분과 논리를 얻었으며 공청회 개최와 정부부처ㆍ쌀 가공식품업체들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마련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와 관련 아침급식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최영찬 경기도 친환경무상급식 추진자문단장은 “현실적으로 가정이 해결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불균형한 식습관을 개선하고, 남아도는 쌀 소비를 촉진시키는 노력”이라면서 “앞으로 시범사업을 해보고 성과에 따라 확대시행 여부를 판단할 것이고, 무리수를 써가며 강제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가 최근 aT센터에서 개최한 ‘녹색식생활교육 실천 심포지엄’에서 김정원 서울교육대 생활과학과 교수는 “고른 영양섭취와 올바른 식습관을 가진 집단은 사회성, 안정성, 책임성 등에서 바람직한 인성을 갖춘 반면 과식, 아침결식, 불규칙한 식사 등 잘못된 식습관을 가진 집단은 모든 면에서 결여돼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학교 영양교육 활성화 기반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손숙미 국회의원(한나라당)은 “미래사회의 주역인 어린이·청소년들의 건강확보는 국가의 장래와 직결되는 최우선의 목표이며 학교급식이 살아있는 식생활·영양교육의 교재로 활용돼 아침결식, 편식 등으로 인한 영양불균형을 시정하고 학생의 건강관리와 올바른 식습관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학교 아침급식은 아직 미완성이다. 도교육청은 하반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단체급식 관련 한 전문가는 “경기도 교육청이 급식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귀담아 듣고 아침급식 시책에 반영,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침밥을 굶고 오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우리 학교에서 아침급식을 제공하겠다”고 먼저 나서는 학교의 영양(교)사들과 학교장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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