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운영업체 선정기준, 중소업체에 원천적 불리

정부ㆍ공공기관들은 구내식당 위탁운영업체를 선정하면서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평가기준을 적용해 중소 단체급식업체들의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행안부 정부대전청사, 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 경찰대, 코트라, 산업은행, 경기도 인재개발원 등 6개 정부ㆍ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위탁운영업체 선정기준을 비교한 결과, ‘재무구조 및 경영상태’, 물류센터와 같은 ‘급식지원 시설 확보’ 등 대기업에 유리하고 중소기업에 불리한 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 6월 구내식당 위탁운영자 2곳을 선정한 정부대전청사의 ‘평가항목 및 배점표’를 보면, 총점 100점 중에서 신용등급으로 평가하는 ‘재무구조 및 경영상태’ 5점, 물류센터ㆍ식품안전센터 등 ‘급식지원 시설 확보 현황’ 3점 등 대기업에 유리한 항목의 배점이 8점에 달했다.

경찰대는 경영상태(신용평가 등급) 외에 연간 매출액 규모, 급식인원 규모 등 대기업에 유리한 항목이 3개에 달하는데, 이들의 배점 합계가 30점으로 전체 위탁용역 수행능력 점수 60점의 절반을 차지했다.

정부, 공공기관 구내식당 위탁 시 대기업에 유리한 평가기준
중소기업들은 “가장 중요한 선정기준인 맛ㆍ품질·위생과 직접 관련성이 적은 신용등급, 물류센터 보유, 매출 등을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은 사실상 대기업 선정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ㆍ공공기관이 급식업체를 선정한 7개 구내식당 중에서 삼성웰스토리ㆍ아워홈ㆍ풀무원·아라마크(외국계) 등 대기업이 6곳을 차지하고, 중소기업은 1곳(정부대전청사 2개 중 하나)에 그쳤다.

중소기업인 델리에프에스의 신무현 대표는 “신용등급의 경우 중소기업은 부채가 적고 재무상태가 양호해도 BB~BBB 수준을 넘기 어려워 최고점은 대기업 차지”라면서 “물류센터 등도 시설 관리·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 중소기업은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정기옥 중소기업위원장은 “대기업에 유리한 항목에서 4~5점의 차이가 나면 평가위원이 10명인 경우 총점에서는 40~50점이 벌어져 중소기업이 선정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소기업이라고 특혜를 바라지 않으니 공정하게라도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대전청사 관리사무소는 “평가방식은 조달청 기준을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정부ㆍ공공기관은 대부분 비슷하다”면서 “일부 항목이 대기업에 유리한 점이 있어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중소ㆍ중견기업에 1점의 우대점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기업 우대점수가 있는 곳은 6개 정부ㆍ공공기관 중 정부대전청사 한곳뿐이다.

국내 급식시장은 전형적으로 중소기업에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신세계푸드, 한화호텔앤리조트, 씨제이프레시웨이, 동원홈푸드, 풀무원, 아라마크 등 9개 대기업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20%(1조원)를 놓고 4,500여개 중소기업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소 급식업계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ㆍ벤처기업인 및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한끼에 4000원에 불과한 급식사업까지 대기업이 잠식하는 것은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며, 급식시장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중소 급식업체의 한 임원은 “당시 문 대통령은 건의내용을 메모장에 꼼꼼히 적으며 관심을 보였으나, 현실은 중소기업 살리기에 솔선수범해야 할 정부와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선정조차 대기업에 유리하다”면서 “정부가 이렇게 하니까 민간기업은 아예 중소기업에게 입찰 참여 자격조차 안주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중소 급식업체들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급식시장을 양보할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신세계푸드로부터 이마트 구내식당 19곳의 운영을 양보받은 엘에스씨푸드는 기존 인력 가운데 희망자는 모두 고용승계하고 영양사ㆍ조리사 등 43명을 추가 채용해 5.4%의 고용창출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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