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생은 기분 좋을 때는 고기, 우울할 때는 술ㆍ매운 음식을 찾는 것으로 밝혀졌다. 육류ㆍ술ㆍ매운 음식 등이 기분을 달래주거나 안정시켜 주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주관으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컴포트 식품이란 무엇인가)에서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고기ㆍ치킨 등은 육류는 젊은 층이 긍정적 정서에서 선호하는 식품”이라”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기 때문에 기피하지 말고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은 교수는 “컴포트 푸드는 기쁨ㆍ안정을 주거나 슬프거나 아플 때 찾게 되거나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며 “1966년 미국 일간지 ‘팜비치 포스트’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컴포트 푸드는 각 나라의 경제ㆍ문화ㆍ문화ㆍ정서적 차이에 따라 종류와 의미가 약간 달라진다”며 “국내에선 ‘힐링푸드’ㆍ‘집밥’의 의미로도 간혹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은 따뜻하고 잘 차려진 탄수화물 음식, 여성은 조리가 필요 없는 달콤한 초콜릿ㆍ과자를 컴포트 푸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에 따라 마음 달래지고 안정시키는 컴포트 푸드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이상희 교수팀이 ‘감성과학’지 지난해 9월호에 발표한 연구논문(대학생들의 정서에 따른 컴포트 푸드의 차이: 성차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행복을 느낄 때 대학생(서울 등 수도권 대학생 417명 조사)이 즐겨 찾는 컴포트 푸드 중 남학생은 고기(19.2%), 여학생은 치킨(1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즐거운 감정이 충만할 때의 컴포트 푸드론 남학생은 술(16.7%) 다음으로 치킨(13.9%)ㆍ고기(12.7%), 여학생은 치킨(13.5%)ㆍ아이스크림(11.9%)ㆍ피자와 스파게티(9.9%)를 찾았다.

이영은 교수는 “고기를 먹으면 일명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진다”며 “고기 안에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트립토판이 천연 우울증 치료제로도 활용되고 있다.

기분이 좋을 때 고기ㆍ치킨 등 육류를 떠올리는 것은 이런 음식이 ‘즐겁다’는 감정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고기나 치킨은 가족 또는 친구와 어울려 먹는 문화가 있으며 축제ㆍ야구장ㆍ월드컵 경기 시청 등 즐겁고 활동적인 공간에서도 고기가 빠지지 않는다”며 “컴포트 푸드는 개인의 과거 경험이나 사회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풀이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상희 교수팀의 연구에서 슬픔ㆍ분노 등 부정적 감정이 심할 때 위로를 받기 위해 주로 찾는 컴포트 식품으론 술ㆍ초콜릿ㆍ매운 음식ㆍ음료 등이 꼽혔다. 슬픔을 느낄 때 남학생은 술(32.5%)ㆍ초콜릿(11.4%)ㆍ음료(6.8%), 여학생은 초콜릿(21.3%)ㆍ술(14.6%)ㆍ매운 음식(9.9%)을 찾았다. 분노가 밀려오면 남학생은 술(23.7%)ㆍ매운 음식(18.2%)ㆍ음료(8.1%), 여학생은 매운 음식(33.8%)ㆍ초콜릿(13.1%)ㆍ술(8.9%)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남학생이 부정적인 감정이 일 때 컴포트 식품으로 술을 주로 택한 것은 술을 좋아하고 술을 통해 관계가 형성되는 한국 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도 해석된다.

이영은 교수는 “매운 맛 성분인 고추의 캡사이신은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시켜 몸의 열기를 땀과 함께 배출시킨다”며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열이 식으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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