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개이하 무난’불구 농축산식품 등 통한 몸안 축적도 감안해야
국산 참치 캔의 평균 메틸수은 함량은 갈치ㆍ고등어 등 수치 비슷

참치 캔을 주 400g(약 3개) 이하 섭취할 경우 건강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수은에 가장 취약한 임산부ㆍ어린이 등은 참치 캔 섭취를 가능한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란 주장이 이어졌다.

식약처의 권고량은 단순한 참치 캔 섭취만을 고려한 수치일 뿐이고, 소비자들은 삼시세끼 식사 속에서 각종 농식품, 축산물 등을 통해 각각 미량의 메틸수은들을 별도로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가 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임산부와 참치와 수은과 오메가-3 지방’ 심포지엄에서 호서대 바이오응용독성학과 정상희 교수는 “가다랑어가 주로 들어가는 국산 참치 캔의 수은함량은 평균 1㎏당 0.03㎎으로 다른 다랑어류에 비해 훨씬 적다”면서 “가다랑어ㆍ고등어 등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은 생선은 참다랑어ㆍ상어 등 몸집이 큰 생선에 비해 수은 등 중금속 오염량이 적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희 교수가 '임산부의 참치 섭취 손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모니터링 결과 참다랑어의 수은(독성이 큰 메틸수은) 함량은 1㎏당 0.527㎎로 같은 무게의 가다랑어(국산 참치캔의 주 원료, 0.011㎎)보다 48배나 많았다. 가다랑어 ㎏당 수은 함량은 같은 무게 고등어(0.034㎎)보다 오히려 적고 갈치(0.016㎎)ㆍ오징어(0.013㎎)와 비슷했다.

식약처는 이에 따라 지난 2월 대형 어종인 참다랑어ㆍ날개다랑어ㆍ눈다랑어ㆍ돛새치ㆍ백새치 등의 적정 섭취량을 주(週)당 100g 이내로 정한 반면, 참치 캔ㆍ생선 조림ㆍ고등어ㆍ광어ㆍ꽁치ㆍ삼치ㆍ조기ㆍ명태ㆍ삼치ㆍ전어는 그 4배인 주당 400g까지 섭취해도 무방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UN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메틸수 잠정 주간 섭취 허용량(PTWI)은 각자의 체중 ㎏당 주 1.6㎍ 이하. 체중이 60㎏인 임산부라면 메틸수은을 매주 1.6×60=96㎍까지 섭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참치 캔 무게가 보통 150g이고, 참치 캔 1g당 평균 수은함량이 0.03㎍이므로 만약 임산부가 식사 때 참치 캔 1개를 다 먹어 치운다면 0.03×150=4.5㎍(국산 참치 캔 1개당 평균 수은 함량)의 수은을 섭취하게 된다”며 “체중이 60㎏인 임산부(주 96㎍까지 섭취 허용)는 매주 참치 캔 21.3개를 먹어도 괜찮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수은은 참치 캔 외에 다른 식품 통해서도 섭취

이날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식약처의 ‘참치 캔 섭취 권고량’의 발표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소비자들은 참치 캔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식품들을 섭취함으로써 메틸수은을 더 많이 체내에 흡수하게 된다”면서 “식약처가 참치 캔 하나만 섭취 권고량을 정해 발표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전달이 못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FDA는 임산부와 수유 중 여성, 어린이들에 대해 수은 함량이 낮은 새우나 연어, 메기, 대구, 참치통조림 등 생선 227~340g을 매주 2~3번씩 나눠 먹는 게 좋다는 건강 권고안을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또 “국내에서 참치 캔 원료 표시를 보면 모두 다랑어로 표현돼 있고 2∼4년생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는 어떤 다랑어인지 알 수 없다”며 “안전성 논란이 있는 품목의 표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태균 (사)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정상희 호서대 바이오응용독성학과 교수, 식약처 김동술 식품기준과장, 조승묵 한국식품연구원 선임연구원,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박효순 경향신문 부장.
덜 먹으면 몸에 좋은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 등 포기하는 셈

실제로 수은은 참치 캔 외에 다른 식품을 통해서도 섭취할 수 있다.
예컨대 식약처가 정한 주당 적정 섭취량이 100g인 참다랑어 등 심해성(深海性, 깊은 바다에 사는) 생선을 50g 먹었다면 주당 적정 생선 섭취량의 절반을 이미 먹은 셈이다. 이 경우 주간 400g이 적정 섭취량인 참치 캔ㆍ생선조림 등 일반 어류는 해당 주(週)에 200g 이내로 섭취해야 한다.

임산부를 통해 태아가 수은에 과다 노출되면 임산부에겐 별 독성이 없지만 태아에겐 뇌 손상, 영ㆍ유아에겐 인지능력 저하ㆍ신경발달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섭취량’이라는 것.

수은 함량이 극소량인데도 임산부가 참치 캔이나 생선조림 등의 섭취를 꺼린다면 어린이의 지능 발달과 혈관 건강을 돕는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과 비타민 Dㆍ철분이 풍부한 식품의 섭취를 포기하는 셈이어서 손실을 보는 부분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환경보호청(EPA)이 임산부ㆍ가임 여성ㆍ8세 이하 어린이에게 상어ㆍ황새치 등 심해성 대형 어류를 섭취를 삼가되 수은 함량이 낮은 일반 어류는 주당 340g 이하 섭취하라고 권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영국 식품규격청(FSA)은 생선을 먹는 것은 임산부는 물론 뱃속의 아기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제한 뒤, 임산부와 가임여성에겐 참치 캔(중간크기)을 주당 4개 이하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캐나다는 참치 캔(날개다랑어 캔)을 주당 300g 이하 섭취할 것을 권하면서도 참치 캔은 생 참치나 냉동 참치보다 작고 어린 참치가 들어가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산 참치캔의 95% 이상은 가다랑어로 제조

패널로 참가한 조승묵 한국식품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가 지난해 8월 참치의 섭취 제한을 주장한 배경은 일부 참치 캔서 수은 함량이 높게 나타났으며 소비자들이 이를 구분할 수 없으므로 굳이 먹을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데서 기인했다”며 “미국의 FDA가 1990∼2010년 참치 캔 수은 함량을 모니터링한 결과 참치 캔(날개다랑어 캔)의 수은 함량은 서양인이 즐겨 먹는 대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등에선 중형 참치류로 제조한 참치 캔이 주류를 이루지만 국내의 경우 수은 함량이 낮은 가다랑어를 이용한 참치 캔이 대부분이어서 더욱 안전하다는 것.

식약처 김동술 식품기준과장은 “다랑어류ㆍ새치류ㆍ심해성 어류는 일반 어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메틸)수은 함량이 높아 주당 100g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참치 캔 (메틸)수은 함량은 일반 어류와 비슷해 일반 성인은 섭취량에 제한이 없지만, 임산부는 고등어ㆍ꽁치 등 일반어류와 같이 주당 400g 이하 섭취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참치류는 크게 다랑어류와 새치류로 분류된다. 가장 큰 참다랑어를 비롯해 눈다랑어ㆍ황다랑어ㆍ날개다랑어ㆍ가다랑어 등이 다랑어류에 속한다. ‘참치회 무한리필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치는 실상 황새치ㆍ청새치ㆍ백새치ㆍ돛새치 등 새치류이다. 국산 참치캔의 95% 이상은 가다랑어로 제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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