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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행정직을 해봐서 아는, 급식이야기
경남 무상급식 중단 속 ‘그냥불패’ 블로그 글 ‘큰 관심
2015년 03월 26일 (목) 09:06:24 편집부 ggalba@hanmail.net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을 둘러싸고 온나라가 찬반 여론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냥불패’ 블로그(http://blog.naver.com/)에 올라 있는 글을 ‘딴지일보’가 공유, 읽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전파되고 있다. 다음은 전문.

중학교 다니는 조카가 있는데 학교에서 받아오는 유인물 중에 급식 식단표를 제일 애지중지 하는 거 같드라. (내가 한번 씩 유인물 모아둔거 훓어 보거든. 반갑게 받고, 보면서 설레고, 한 달 내내 끼고 있고 그러면 애지중지 하는 거 맞지~ )

   
출처=란 블로그
지가 좋아하는 반찬에 형광펜으로~ 막^^ (여학생들 그런거 잘하잖아) 식단표 받아서 신나게 형광펜 칠하고 있었을 모습 떠올리면 정말 귀엽지~

예전에 말이야, 무상급식 하기 전에는 식단표 맨 밑에
“급식단가 0,000원 급식일수 00일, 0월 급식비 00,000원, 00일 스쿨뱅킹으로 뺀다.”
이런 게 적혀 있었을 거야. 그러면 식단표 받을 때 적어도 반에 한 두 명 정도는 불편할 수도 있어. 지원 못받는 애들 중에 급식비 못내서 몇 달씩 밀려있는 애들도 있고. 암튼 다른 친구들 신나게 형광펜 칠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시무룩.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애들이 그랬을수도 있었겠다 생각하면 좀 짠해. 지금은 얼마나 좋아~ 다같이 해맑게 밥 먹잖아!

나는 학교에서 일해. 행정직이야. 교육행정. 몇 달 전까지는 중학교에 있었고, 지금은 초등학교에 있어. 중학교에 근무할 때 이야기야. 점심때만 학교 잠깐 나왔다가(교실 안들어가고 급식실로 와서) 밥만 먹고 사라지는 애들이 있었어. 수업 안받고 뭘 하다 왔는지 급식 먹을 때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린대. 선생님들한테 물어봤드니 그냥 급식실 와서 밥 먹는거 가지고는 야단 안치기로 했대. 와서 밥이라도 먹고 가는 게 낫겠다 싶고, 그런거 가지고 야단치면 점심 밥값 때문에 혹시나 다른 문제 일으킬까 걱정되기도 해서.

   
흔한 점심시간 풍경
다른 중학교에 있을때는 상담선생님하고 친하게 지냈었는데, 상담선생님이 한번씩 식판에 밥이랑 반찬을 잔뜩 퍼다가 상담실로 가지고 가시더라. 언젠가 한번은 나한테 이번엔 많이 가져가야되니까 좀 도와달래. 왜 그러시지? 하면서 같이 갔더니 상담실에 여자애들 몇 명이 있더라고~
주로 여학생들 중에 같이 밥 먹는 친구를 학기 초에 못 만들면 급식실 가서 밥 먹는걸 정말 힘들어해서 밥을 아예 안먹는 애들이 있대. 심각한 왕따까지는 아니더라도 밥먹는 친구 못 만들면 그렇대. 상담선생님은 밥 안먹겠다는 애들 설득해서 상담실에서라도 먹이려구 하셨던거야~

무상급식이 아니라면 선생님들이 결석하고 밥만 먹고 도망(?)가는 아이들을 '그래도 학교와서 밥이라도 먹으니 다행이다~' 하고 야단 안치기로 결정하기가 쉽겠어? 중식지원 대상자인지, 아니라면 급식비는 내는지, 밀려있지는 않은지, 학생 하나하나 확인 해볼 거 같지 않아? 그러면 그런 결정이 쉬울까?

상담실에서 밥 먹이는 것도 그래. 무상급식이 아니라면 상담선생님 입장에서는 눈치 보이고 신경 쓰이는 게 정말 많았을거야. 무상급식을 시작하면서 초등학교, 중학교는 이전보다 급식일수가 늘었어. 개학하는 날, 방학식 하는 날, 체육대회, 졸업식 이런 날은 옛날에는 급식 안했어. 어짜피 학교 자율이니까 교육청에서 급식일수가지고 간섭 안하지~

무상급식하면서는 '급식일수*급식단가*학생 수'로 일괄 배부 해주니까 소풍이나 수학여행 빼고는 '학교 나오는 날 = 급식일수' 이렇게 되는 거야. 급식일수가 대략 5일에서 많게는 7일까지 늘어난 거 같어. 방학식, 개학식 하는 날 밥 먹여서 보내는 거는 학부모들도 좋아하는데 졸업식날은 아무리 학부모들을 설득해도 애들 밥 안 먹이고 그냥 데려가는 분들이 많아서 학교에서 힘들어해.(급식일수에 해당되니 밥은 해야 되고, 애들이 안먹고 갈까봐 애들이 좋아하는 식단으로 정말 고심해서 짜놓고 애써서 만들어 놓고는 애들이 안먹어서 남으면 또 돈 들여서 버리고)

   
 
중학교는 체육대회를 보통 이틀씩 하는데 학교에서 안내장을 보내거든. 반에서 간식 단체로 넣지 말아 달라고. 애들 건강에 안좋고, 식중독 위험도 있고, 학교에서 급식 하니까 간식은 좀 자제해달라고. 주로 햄버거나, 통닭, 피자, 아이스크림, 물 이런 걸 간식으로 많이 해주시는데 그거 오전에 먹으면 애들이 급식 먹을 수 있을까?

그 문제로 학부모들이랑 이야기 많이 해봤었는데 선생님들이 이렇게 부탁해.
“정 해야겠으면, 꼭 그렇게 간식을 먹이고 싶으면 오후 시간에 해달라. 오전에 간식 들어오면 애들이 밥을 안먹고 그렇다.”

그럼 학부모님들께서는,
“예선탈락해서 오전 시간에 아무것도 안하고 구경만 하는 반도 있고 그렇드라~ 그러면 먹는 재미라도 있어야지... ”
“우리도 애들 하루정도는 좀 풀어서 먹고싶은거 먹이고 싶지 않겠냐~ 미안하다.”
라고 하시더라구. 그렇게 몇 번 체육대회 간식 문제로 학부모들이랑 실갱이 했더니 묘하게 학부모들이랑 돈독 해지는 거 같더라.

무상급식이 아니라면 그냥 체육대회 날은 급식일수에서 빼면 그만이고, 애들은 도시락 싸오고 학부모 대표들은 간식 넣고, 학교는 음식물 쓰레기 정리 잘하라는 정도로 하고 말겠지. 힘들게 밥해놓고 애들 밥 먹을 수 있게 간식 넣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학부모들이 간식 준비하면서도 미안해하고 그렇겠냐?

   
 
무상급식 실시되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내가 느끼기로는 이래. 그냥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남아서 도드라지게 되더라~

밥값 안 걷는 거 뿐인데도 말썽꾸러기들이 당당하게 학교 와서 밥 먹고 가고, 선생님들은 밥이라도 먹고 가는 게 다행이다 하시며 적어도 밥 먹고 가는 거 가지고는 뭐라고 안하고. 행정실에서도 밥값 내는지 안내는지 따지지 않을 수 있고, 상담선생님은 애들 밥 먹이려 애쓰시고 어떻게든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급식실에서 밥 먹게 유도 해 보겟다, 그래야 고등학교 가서도 애들이 덜 힘들지 않겠냐 하시고. 학부모들은 간식 문제로 학교에 많이 미안해하면서도 체육대회날 정도는 애들 좀 풀어주고, 먹고싶어 하는거 사주고 싶어하는 마음도 좀 이해해 달라 하실 수 있고.

그렇다고 밥값 걷을 때랑 지금이랑 학부모들이 자기 애들 사랑하는 마음이 다를 거 같냐? 교사들이 학생 생각하는 마음이 다르겠냐? 행정직들도 고만 고만한 애들 키우고 아니면 조카들도 있고 그래~ 사람이 확 바뀌어서 갑자기 애들이 이뻐 보이는 게 아니고, 여건이 되니까, 방해요소들이 사라지고 나니까 애들만 남는 거야... 복지라는 게 이런 건가봐~ 무상급식이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거든. 어린 아이들 정서에 알게 모르게 응? 어른들 정서에도 그렇고.

그냥 다 끝난 이야긴줄 알았는데 뜽금없이 어딘가에선 다시 밥값을 내고 밥먹어야 된다 그래서 그냥 해본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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