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문제없고 과학적 근거부족 잇단 지적
KOFRUM, ‘글루텐 안정성 바로보기’ 심포지엄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식품은 건강식도, 다이어트식도 아닌 것으로 보고됐다.

한국인은 유전적 성향과 음식의 종류, 환경적 요인 등이 서구인과 다르기 때문에 글루텐의 문제점을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최근 시중에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글루텐 프리’ 식품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회장 박태균)이 29일 주최한 ‘글루텐 안정성 바로 보기’ 심포지엄에서 ‘글루텐 공포, 의학적 실체가 있나?’란 발제에서 "셀리악병 환자에겐 글루텐 프리 음식이 치료제이지만 일반인은 굳이 글루텐 프리 식품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글루텐은 밀이나 보리 등에 들어있는 물에 녹지 않는 단백질이다. 끈적거리는 성질이 있어 밀가루 반죽을 부풀게 하고 쫄깃한 식감을 낸다.

글루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셀리악병 때문. 이 병은 글루텐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 소장 점막이 파괴되고 이로 인해 복통과 설사 등이 생기는 질환이지만 우리나라에선 거의 없고 지금까지 30대 여성 1명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셀리악병 발생률은 인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백인에서 흔하다. 서구인의 30∼40%는 HLA-DQ2 유전자를 갖고 있다. 동양인이나 흑인에선 극히 드물며 한국·일본·중국인 중에서 HDL-DQ2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찾기 힘들 정도다.

이 교수는 “서구에서처럼 한국에서도 셀리악병 발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한국인의 유전적 성향이 서구인과 다른 데가 음식의 종류도 서로 판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미국에서 글루텐 프리 식품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이에 동조해 글루텐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며 “업계의 과도한 글루텐 공포 마케팅도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명규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글루텐과 셀리악병, 셀리악병 환자 치료경험’이란 발제를 통해 “글루텐 프리 식품은 건강식도 아니고 다이어트식도 아니며 효과가 일정하지 않다”면서 “글루텐 함량만 낮췄을 뿐 당류와 탄수화물은 오히려 더 많이 함유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또 “셀리악병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병인데 셀리악병 환자의 95%가 보유한 HLA-DQ2 유전자를 지닌 한국인은 거의 없다”며 “밀가루 섭취가 우리 국민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숙 한국식품연구원 유통시스템연구단 책임연구원은 ‘글루텐의 실체와 글루텐 프리 제품의 전망’이란 발제를 통해 “미국 FDA(식품의약국)은 글루텐이 오래 전부터 섭취해온 ‘안전한 것으로 인식된 성분’이어서 글루텐 함량 등을 제품에 따로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나 “미국 농무부(USDA)와 영국, 캐나다에선 적절한 함량 표시를 권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에서 글루텐 프리 식품의 가격은 글루텐 함유 식품에 비해 1.6∼1.8배 비싸다”며 “맛이나 조직감이 글루텐 함유 식품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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