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근로자 증언ㆍ‘근골격계 질환’ 개선방안 토론회

지난 몇년 간 별다른 성과없이 반복돼온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또 열렸다.

국회의원 우원식(환노위), 박홍근(교문위),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25일 오후 6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한 것.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아이들 급식을 위해 고된 노동으로 90% 이상이 근골격계질환으로 고통받는 실태가 지적됐고 병가 및 질병휴직 제도 차별, 대체인력제도 미비 등으로 다치거나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과 신청과 승인이 어렵고 복잡한 산재보험제도도 도마에 올랐다.

아래 글은 이날 토론회에서 보고된 한 급식실 근로자의 외침이다. 17년을 고통받고 있는 그의 증언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하고 맛있는 급식을 준비하는 바로 우리의 이웃, 누군가의 어머니나 누나, 여동생일 것이다.

1,900명 식사를 10명이 만드는데 안 아플 수 있나요?

저는 서울시 00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리사 유수빈입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만 17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음식을 잘 먹을 때, 맛있게 먹을 때, 수고하신다고 인사 받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급식실 근무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8시간 동안 거의 쉬는 시간 없이 일합니다. 보통 조리업무를 수행하는데 20kg이 넘는 물건을 빈번하게 들거나, 끓는 물을 주로 사용하기에 힘들고 부상의 위험이 많습니다.

실제로 201 4년 서울 모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온수시설이 부족한 관계로 뜨거운 물을 직접 끓여 사용하는 과정에서 화상을 입은 조리 종사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 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끓는 기름, 독한 세제, 무거운 조리기구, 날카로운 칼 등이 주위에 널려 있어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습니다.

앞치마, 장화, 고무장갑까지 착용한 채로 세척기를 가동할 때는 습도와 온도가 높아 숨이 막히고 얼굴이 화끈 거려 힘들 때가 많습니다. 특히, 한여름인 6~ 7월에는 에어컨을 사용하더라도 체감 온도가 60℃를 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노동의 강도가 높기 때문에 8시간 근무라지만, 다른 노동자들이 열 두시간 일하는 것과 비슷하게 몸에 무리가 갑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급식실 일에 1 7년 동안 종사하다보니 신체적으로 직업병이라 말할 수 있는 여러 증상을 겪고 있는 사실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퇴근 후에 저는 손마디가 욱신거리고 팔이 저리며, 목과 어깨가 뭉쳐 통증을 호소하기에 전기 안마기로 마사지를 해줍니다. 그럼에도 5년 전부터 가끔씩 허리 요통이 발생해 정형외과에서 물리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2년 전에는 허리를 펼 수 없는 상황까지 되어 학교를 쉴까 했는데, 정형외과 물리치료와 한의원의 치료를 병행해 요통이 조금 완화되어 계속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40분 이상 걷기나 수영 등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아파서 통증이 계속 옵니다.

손가락 관절은 여전히 낫지 않고 있습니다. 손마디를 조금만 눌려도 많이 욱신거립니다. 힘든 급식일을 그만 두어야만 완치가 된다고 정형외과에서 진단했지만, 현실은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여성 가장입니다.

동료 조리원들도 경력에 상관없이 모두가 허리 요통, 어깨 뭉침, 손저림, 팔꿈치 인대 늘어나는 증상 때문에 1주일에 1-2번 정도는 정형외과 물리치료, 한의원 침이나 물리치료 받으면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질병들은 급식실에서 계속 무거운 것을 들기 때문에 생긴 직업병으로, 근골격계 질환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급식실에 근무하는 조리사, 조리원들 모두 최소 한두 가지의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학기에 5개월 정도 일을 하다보면 몸에 많은 무리가 와서 방학이 오기를 기다리며 안간힘으로 버팁니다. 그러다 방학이 되어 한 달을 쉬어도 심하게 아팠던 어깨나 팔, 다리, 손가락의 통증이나 저림 같은 아픔은 쉽게 낫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급식실 일을 그만 둘 수 없음은 적은 급여일지라도 우리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
문입니다. 최근에 급여가 조금은 올랐지만 여전히 조리사, 조리원들의 봉급은 열악한 수준
입니다. 17년을 일해도 형편이 나아지지를 않았습니다.

저희 학교는 학생이 1,807명, 교직원이 100명으로 합이 1,907명인 54학급의 대단위 학교로 1인당 190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에서는 1명의 조리실무사가 175명을 담당하게 지정되어 있지만, 교육부 예산을 관계로 인원 충당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근무하는데 1인당 175명도 감당하기 벅찬 형편입니다.

적정인원을 100명(초등학교)으로 해야만 조리사, 조리실무사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의 먹거리와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조리사와 조리실무사들은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고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라고 말할 때 최고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이 감사하다고 말씀하실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보수와 대우 측면에서 열악하기 그지없고, 시설이 미비한 급식실에서 전쟁같이 일을 하는 우리의 위치를 되돌아 볼 때면 박탈감과 암담함이 밀려옵니다.

최소한 학교 주무관과 같은 보수를 받는 직종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든 일을 하지만 보수
로 당당한 대우를 해주는 환경 미화원들을 볼 때 부러움을 느낍니다. 급식실에는 보다 나
은 시설 설치 등 일하기 좋게 환경을 개선해 주었으면 합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적용되어 차별 받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힘든 육체적 노동을 하는 사람들도 우리나라 9급 공무원의 1 호봉 수준의 임금은 보장되고 오래 일하면 임금도 올라가 긍지를 갖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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