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과도한 나트륨 섭취 탓에 WHO가 나트륨 섭취량을 낮출 것을 강력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인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나트륨 섭취량이 얼마인가 하는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주최로 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나트륨줄이기운동의 성과와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발표된 주제발표 중 이숙종 박사(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선임연구원)의 발제 전문을 게재한다.

1. 식품 중의 나트륨

이숙종 박사
나트륨은 모든 고등동물의 체액을 조절하는 필수 물질이지만 동물체와 식물체의 성분 조성은 크게 다르다. 쇠고기, 돼지고기, 계란, 우유 등 동물성 식품의 나트륨 함량은 식물성 식품에 비해 높다.

이로 인해 나트륨함량이 적은 곡류와 야채를 주로 섭취해온 농경민족은 나트륨에 대해 부족을 느끼게 되어 이를 더 섭취하려는 욕구가 있고 초식동물의 경우에도 소금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해변을 찾아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육류나 우유를 주로 섭취해온 민족이나 육식동물은 식이에서 충분한 나트륨의 섭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트륨에 대한 부족을 덜 느끼게 된다고 한다.

2. 나트륨 섭취와 혈압과의 관계

소금의 섭취와 혈압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다알(Louis Dahl)에 의해서 처음 논의되었다. 1960년에 알래스카 에스키모와 일본 북부지역을 포함하는 서로 다른 5개 인구집단에서 고혈압이 식염 섭취량과 직선적인 양의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그 후 그가 발표한 이 자료는 소금의 섭취와 혈압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자료가 되었다. 1973년 인류학자인 미국 미시간 대학의 글리버만(Lillian G.)은 나트륨에 대한 병리학적 효과가 크게 혹은 작게 나타나는 것은 개인의 유전적 차이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녀는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소금섭취뿐 아니라 다른 문화적 요인들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재단이사장이 주제발표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소금섭취와 혈압간의 관계를 보다 폭 넓게 조사하기 위해 인터솔트연구그룹(INTERSALT Co-operative Research Group)은 20-59세에 해당하는 32개국, 52개 센터, 10,079명의 24시간 소변 나트륨 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나트륨 배출량(식염섭취량)과 수축기 혈압 간에, 그리고 Na/P 비율과 수축기혈압 간에 유의적인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표하였다.

1988년 영국의학회지(BMJ)에는 “소금이 고혈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는 스왈리(Swalea)의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다알에서 인터솔트 연구결과에 이르기까지 소금의 섭취와 혈압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많은 논쟁과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소금의 섭취를 줄여 혈압을 낮추는 것은 빈약한 결론에서 얻어진 결과일 수 있으며 소금의 섭취를 줄이는 것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소금섭취에 대한 위험성도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2012년 미국질병관라본부(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미국의학회(Institute of Medicine)의 전문가들에게 소금섭취와 관상동맥질환(CVD), 뇌졸중(stroke), 심혈관계질환 사망 위험에 대한 대표적 마커(지표)인 혈압과의 관계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2013년 IOM은 보고서를 통해 2,300mg/day 이하의 나트륨섭취가 심장질환, 뇌졸중 그리고 다른 모든 사망원인을 높이거나 낮춘다는 증거가 부족하며 따라서 모든 일반인을 대상으로 나트륨의 섭취를 1,500mg 이하로 낮출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이런 IOM의 발표에 대해 마이클과 힐엘(Michael과 Hillel)은 “IOM의 보고서는 현재 나트륨 섭취 기준을 지지할만한 증거를 찾아내는데 실패했다”는 제목으로 미국고혈압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에서는 미국인의 90% 이상이 하루 3,400mg 정도의 나트륨을 지난 50여 년간 섭취하고 있으며 IOM은 2,300mg 이하로 나트륨 양을 줄이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비판하였다.

일본의 요시히로 고쿠보(Yoshihiro Kokubo)는 고혈압학회지(Hypertension, 2014)에 동양인과 서양인의 생활습관에 따라 고혈압 발병요인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였다. 동양인은 식염섭취를 많이 하지만 채소, 과일, 생선을 많이 먹는다.

반면 서양인은 식염은 다소 적게 먹으나 육식으로 포화지방 섭취가 많고 과체중이다. 지역마다 생활 습관의 차이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식염 섭취와 고혈압과의 관계를 명쾌하게 밝혀내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다양한 성분들이 혈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여러 연구들에서 보고되고 있다.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육류를 적게 섭취하는 그룹이 혈압상승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하였다. 생선을 통한 오메가 3 지방산의 섭취가 혈압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다. 두유가 혈압을 낮추며 대두 단백질의 섭취가 혈청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섭취하는 다양한 음식들이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3. WHO의 나트륨 권고량 재고

WHO는 성인(16세 이상)의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질환(CVD), 뇌졸중, 관상동맥경화증(CHD)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성인의 나트륨 섭취량을 1일 2g 이하(소금으로 1일 5g이하)로 낮출 것을 강력히 권고하였다.

WHO는 식염섭취가 전체적인 사망률을 높이거나 심혈관계질환, 뇌졸중, 관상동맥성심장질환의 발병률을 높인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으나 나트륨섭취와 혈압과의 높은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은 이들 질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결론지었다. 2013년 영국의학회지(British Medical Journal)는 세계를 21개 지역으로 구분하여 187개국의 나트륨 섭취량을 조사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세계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3.95g으로 WHO 권장량의 두 배에 해당하며 소금 양으로는 하루 약 10g에 해당한다. 식염섭취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된 아프리카인들도 성인 평균 1일 2.5g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으며 유럽인들은 3-4.5g, 아시아인의 평균 섭취량은 5g에 달한다. 세계 어느 지역도 WHO 권고량에 도달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기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4. 한국인 나트륨 영양섭취 기준

나트륨의 권장량을 나타내는 지표로 상한 섭취량(tolerable upper intake level : UL)이 있다. 이는 건강에 유해하지 않는 최대 영양소 섭취량으로 이 이상을 섭취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미국의 경우 상한섭취량은 하루 2,300mg으로 소금의 양으로 환산하면 5.8g이 된다.
나트륨의 충분섭취량과 상한섭취량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으며 우리나라는 충분섭취량(AI)으로 하루 1,500mg으로 규정되어 있고, 목표량으로 식사지침(DG)에 2,000mg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WHO의 나트륨 권장량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서 제시한 20대 여성식단을 예(1,900 kcal)로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식사에서 나트륨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보았다.

밥, 국이나 찌개 그리고 김치와 두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우리가 늘 먹고 있는 평범한 식단이다. 하루 총 6,015mg의 엄청난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게 된다. 외식을 하거나 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다 해도 나트륨양은 별반 줄어들지 않는다. 메뉴의 선택에 따라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나트륨 섭취 이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태에서 정상인들에 대한 식염섭취에 따른 혈압상승의 효과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글리버만이 문화적, 유전적 차이 역시 혈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언급한 이후로 많은 연구자들이 비만도, 음주량, 운동량, 식이습관 등의 요인들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그들의 연구에 반영하려 노력해왔다.

결국 인종과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유전적 요인을 비롯하여 위에서 언급한 모든 요인들이 달라지는 것이므로 소금의 섭취가 혈압에 미치는 정도나 유형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최근 발표되고 있는 나트륨 섭취와 심혈관계 질환과의 직접적인 관계 규명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3,000~6,000mg의 나트륨 섭취가 가장 낮은 위험성을 나타내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나트륨과 질병과의 관계에 대한 모든 논쟁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나트륨의 섭취가 혈압을 상승시키며 혈압의 상승은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나트륨의 섭취량이 얼마인가 하는 문제는 재고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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