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이어 또 논란…“확인 하겠다” 연락 ‘뚝’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주방가전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지난해 구입한 동양매직 스팀오븐기로 최근 요리를 하던 정모씨는 완성된 음식에 정체불명의 검은 가루가 떨어져있어 의아해 했다. 크기나 모양은 제 각각이었다. 성인 남성 엄지손톱 크기에 육박하는 ‘덩어리’ 형태의 이물질도 나왔다.

오븐 내부코팅이 벗겨진 것이 원인이었다. 정씨는 포털싸이트 등을 통해 자신과 같은 피해사례가 있는지 살폈다. ‘컨슈머타임스’의 지난해 4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같은 회사의 동종제품이었다.

◆ “까만 가루는 기기 내부코팅이 벗겨진 것”

기사 속 또 다른 피해자인 박모씨는 기기 제조업체인 동양매직에 이물질 종류 및 유해정도를 파악해 달라며 검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당시 동양매직은 납, 크롬, 브롬이 각각 79~90ppm가량 검출됐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체 소견서를 박씨에게 전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기계제작시 기준치인 1000ppm 이하에 해당된다며 문제가 없다는 식의 답변이 이어졌다.

식약청에도 조사를 의뢰했다는 업체 측의 설명이 있었지만 최종 검사결과는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는 자신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정씨는 “’컨슈머타임스’ 기사에는 인체유해성과 같은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며 “나 역시 박씨처럼 오븐에서 중금속 성분이 떨어져 나왔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문제의 기기를 살핀 동양매직 A/S센터 방문 직원들은 하연 가루(이물질)를 보더니 수돗물의 석회성분이 굳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까만 가루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씨는 “까만 가루는 기기 내부코팅이 벗겨지면서 묻어 나온 것이다. 중금속 성분이 분명할 것”이라며 “소량이라 할 지라도 주방가전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 요구에 동양매직 측은 소비자와의 원만한 합의사실만을 강조할 뿐 구체적인 해명은 피했다.
동양매직 관계자는 “(오븐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양념이 벽면에 튀고, 그것이 재의 형태로 나중에 음식에 섞여 나올 수 있다”며 “정씨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만히 합의해 나간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지난해 유사사건에 대한 식약청 조사결과를 비롯 이번 사건에 대한 포괄적인 질문에 “확인해 보겠다”며 연락을 끊었다.

정씨와 같은 가열식 금속제 조리기구의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 “카드뮴 같은 중금속, 반감기 10년 훨씬 넘어”

지난해 말 쿠쿠홈시스의 일부 전기압력밥솥 제품에서 내솥 뚜껑이 부식되는 하자가 발견돼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냄비, 프라이팬 등의 조리기구에서 가열에 따른 중금속(납, 니켈)이 미량 검출돼 사회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금속제 가열조리기구’가 공통분모이나 각 제조업체들은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로 중금속 유해성 논란을 비껴갔다.

문제는 체내 축적이다.
단국대학교 예방의학과 권호장 교수는 “어떤 물질(중금속)들은 하루 만에 반 이상이 빠져나가는데 반해 카드뮴 같은 중금속은 반감기가 10년이 훨씬 넘는다”며 “체내에 한 번 들어온 중금속이 빠져나가는 시간이 10년 이상 걸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계속 축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금속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부연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식탁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주부 박모씨는 “우리나라 음식은 굽거나 찌거나 끓이는 방식을 통해 주로 만들어 지지 않느냐”며 “그런데 여기에 사용되는 조리기구에서 미량의 중금속이 나온다고 하니 찝찝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금속은 그렇다 쳐도 동양매직 스팀오븐기처럼 덩어리째 떨어지는 검은 가루는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며 “먹지 않아도 되는 중금속을 기기 내구성 불량으로 음식에 뿌려서 먹는 격 아니냐”고 꼬집었다. <제휴=컨슈머타임스 www.consumer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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