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건의에 영양(교)사들 수용 여부 ‘난감’

학교 급식 때 아픈 아이들을 위해 죽을 끓여줬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의 건의에 영양(교)사들의 의견이 엇갈려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모 초등학교 학부모회에서 아픈 학생들을 위해 매일 죽을 끓여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같은 소식은 즉각 동료 영양(교)사들에게 전파돼 갖가지 의견들이 쏟아졌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무턱대고 반대만 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부분이 있는 듯했다. ‘엄마의 마음’이란 측면에서 보면 무조건 수용 불가 주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병원에서는 환자식이니 그렇다 쳐도 학교에서는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1,000~2,00명의 학생들에게 차질없이 급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소수의 아픈 학생들 때문에 따로 죽을 끓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다는 것.

또 몇몇 학교에서는 실제로 죽을 끓여주고 있는데다, 일부 산업체 구내식당에서는 죽이 메뉴의 한 종류로 배식되기도 해 무턱대고 반대만 외치는 것도 설득력을 약하게 만들어 지혜와 중지가 모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A영양사는 “학부모들이 급식실 상황을 전혀 몰라서 하는 소리”라면서 “엄마들이 아픈 자기 아이를 위해 죽을 끓여 손에 들려 학교에 보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B영양교사는 “아픈 아이들까지 학교에서 뒷바라지 해 달라는 건 너무 심한 처사”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하게 죽만 끓여주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위생ㆍ안전관리, 행정업무가 필요하고, 더 많은 인원이 시간과 노력이 들여야 하는 일이라 영양(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좋을 사안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기혼자인 C영양사는 “엄마의 마음 같아서는 학교에서 죽을 끓여주면 좋겠다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나 더 떠맡게 되는 것”이라며 동전의 양면을 얘기했다.

직장을 다니는 학부모 D는 “우리 아이가 아파서 급식 때 죽을 먹었다고 해서 놀랐다”면서 “식당 한쪽에 날마다 죽이 놓여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반가웠다”고 말했다.

E영양사는 “모 학교에서는 임시 조리원을 채용해 흰죽만 끓여내고 있다”면서 “학교 사정과 여건에 맞다면 실행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찬성 쪽에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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