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 식당 ‘친환경 도자기 식판’ 큰 관심

음식의 맛은 미각으로 즐기는 것이 맞지만 그에 앞서 ‘눈맛’도 중요하다. 가정이나 식당이나 음식을 담아내는 식기를 귀중하게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값이 비싸지 않은 음식도 고급한 그릇에 담으면 격이 달라질 수 있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고급한 식기 하나로 인해 ‘내가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고마워할 것이다.

단체급식 현장에서의 식판도 예외일 수 없다. 다소 시끌벅적한 소리를 내며 함부로 다루기 일쑤인 스테인리스, 폴리카보네이트 식기가 아니라 고급한 도자기 식판을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식판과 밥ㆍ국그릇을 고급스러운 도자기로 만들고, 거기에 정성스레 음식을 담아내는 일이 과연 ‘값싼 식사’로 인식돼 있는 단체급식과 거리가 먼 것일까?

급식 이용자 건강 우선시한 친환경 식기

이미영 실장
“그전에는 내 돈 내고 먹으면서도 얻어먹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대우받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충북도청 이미영 영양실장은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건네던 말을 되새길 때마다 ‘도자기 식판으로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매일매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국내 최초로 구내식당에 잔잔한 꽃그림이 그려진 도자기 식판과 밥ㆍ국그릇 등 친환경 식기류를 사용한 지 2개월. 직원들의 반응은 칭찬 일색이라는 이 실장. 그는 먼저 자신의 구상을 현실로 만들어준 “도청 실무담당자님과 간부님들, 도지사님의 공감과 흔쾌한 승낙이 너무 고마웠어요”라며 얘기를 시작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정성들여 만든 음식들인데 직원들이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먹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인원이 식사를 마쳐야 하는 단체급식 특성이기도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실장은 수소문 끝에 젠(Zen) 한국도자기를 만나게 됐다. 이 회사는 한국도자기 관계사로 수출만 하던 전문 도자기식기업체. 이 실장은 5개월 동안 도자기 식기의 재질과 색상, 무늬, 모양, 기능성, 가격 등을 협의했다. 마침내 지난 10월 25일부터 식당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식판의 외곽선은 경직된 듯한 인상을 주는 단체급식소의 이미지를 벗도록 부드러운 곡선을 사용했습니다. 문양은 보라색 펄이 들어있는 배꽃으로 했고요. 친근하고 고급한 느낌을 줌으로써 ‘소중한 가족, 대우받는 고객’으로 연상되길 희망한 것이고 의도한 대로 효과를 거뒀어요.”

완전한 위생ㆍ음식물쓰레기 감소 등 일석삼조 효과

배식대에 놓인 도자기 식판과 국그릇.
구내식당을 찾는 직원들의 움직임이 크게 달라졌다는 이 실장.
“식판을 잔식통 모서리에 툭툭 치며 음식물쓰레기를 쏟아버리곤 하던 직원들의 잔반 처리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도자기 그릇이니 예전처럼 함부로 다루는 일이 없어진 것이죠. 식판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도 훨씬 차분해졌어요. 때론 물건들이 사람의 행태를 새롭게 바꾼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

이 실장은 도자기 식기류가 직원들에게 주는 ‘대우받는 느낌’은 음식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며 먹도록 하는 효과도 가져와 식생활 교육까지 저절로 되고 있다고 귀띔한다. 실제로 도청 구내식당의 잔식이 도자기 식기류를 사용하기 전보다 80% 정도 줄었다는 것,

위생과 안전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되고 있다는 이 실장.
“친환경 바이오 도자기이니만큼 친환경 1종 세제로 닦고 있습니다. 써보신 분들은 잘 아시지만, 어떤 음식찌끼라도 잘 닦이고 잔류 물질이 생길 일이 없습니다. 가끔 사회문제로 지적되는 세제물질 잔류 문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죠. 직원들의 건강지키기는 항상 최우선 과제이니까요.”

“뜻을 함께하며 수고하는 조리원들도 감사”

이 실장은 누구보다도 조리원들에게 고마워한다. 도자기 식판 무게는 500g. 음식을 담아 올려 놓으면 1Kg 정도 된다.
“기존 식판보다 조금 무거워 옮기고 세척하고 정리하는데 고생하는 조리원들에게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그들이 있기에 도자기 식판 사용이 가능하고 직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조리원들이 무척 힘들어했지만 식판 무게를 온몸으로 분산시켜 힘이 덜 들도록 하는 운반법 등의 교육을 받고 적응됐다는 그는 식판과 식기를 닦기 쉬워 마무리 세척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고, 조심스럽게 다루다 보니 오히려 덜 힘든 측면도 있다고 덧붙인다.

단체급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분명 고객이지만,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식수=얼마’라는 단순히 계산법으로만 접근하던 단체급식 현장에 도자기 식기의 등장은 가히 혁신이라 불러도 좋을 ‘고객 서비스’인 셈이다.

충북도청의 도자기 식기류 사용에 대한 결단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언제나 한발 앞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가르치고 있다. 종업원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경영자,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을 부르짖는 급식업체들, 식기류 업체들에게 충북도청의 사례는 변화를 시사한다.

이미영 실장은 도자기 식판이 더 많이 쓰여 단체급식소에 참신한 친환경 물결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인터뷰] 이미영 충북도청 영양실장(전국산업체영양사회장)

“가정에서 식사하는 느낌을 주려고 애써요”

영양(교)사와 조리사, 조리원 등 거의 모든 급식실 종사자들은 ‘우리 아이들, 우리 종업원들이라 부르며 내 가족처럼 안전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려고 애쓴다. 충북도청의 도자기 식기류는 바로 그런 마음에서 비롯됐으며, 그들은 물론 급식 이용자들에게도 ‘보람과 즐거움’을 주는 좋은 사례로 비쳐지고 있다.


- 항상 비용부터 먼저 생각하는 단체급식소에서 도자기 식기류는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울 텐데요.
△ 어느 부분에 비중을 높이고, 어느 것부터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하는가의 문제라고 봅니다. 직원들을 혹은 학생들을 진짜 가족같이 생각한다면 그들에게 여러모로 건강을 챙겨주면서 제대로 대우받는 느낌을 주는 일이 가장 우선일 수 있어요.

- 그래도 급식단가를 생각하면 가격이 비싸다는 건 분명 걸림돌입니다.
△ 식재료와 음식물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단체급식의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어요. 폴리카보네이트 제품가격보다 3배 이상 비싸지만, 수요가 늘고 공급이 뒤따르면 단가는 더 내려가겠죠? 또 강도가 커 잘 깨지지 않아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만 따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도자기 식기류 사용 확대를 낙관하시는 듯합니다.
△ 친환경 무상급식이 급식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당연히 음식을 어디에 담아내는가도 중요합니다.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 등 먹을거리는 친환경을 찾으면서 식기류와 주방기기 등 급식실 여건을 친환경으로 개선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특히 단체급식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여러 모로 대우를 받을 때가 됐어요. 고객 서비스 향상은 기본이잖아요.

- 도자기 식판 사용에 알맞은 식수는 어느 정도일까요.
△ 최근 A고등학교 학생 70여명이 청소년 모의교실 참석차 도의회에 들렀다가 여기에서 식사하면서 “너무 좋다”는 평가가 많아 흐뭇했어요. 그렇지만 식수가 많을 때는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충북도청에서는 하루 300여명이 급식을 이용합니다. 200~400명 정도가 이용하는 급식소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도자기업체도 단체급식용 식기류 생산 경험이 없어 경도와 무게, 가격 등을 개선하는데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식사 잘 했다’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오히려 그들이 ‘잘 먹어줘서 고맙다’는 이 실장. 대접한 만큼 대접을 받는 세상의 이치를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이미영 실장은 비용을 계산하기에 앞서 내 가족, 우리 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친환경 식기류를 사용하는 제2, 제3의 급식 현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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