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산물 사용ㆍ無화학조미료ㆍ주문식 ‘3대 비결’

“내 자식 같은 사람들이 먹는 김치인데 그냥 담글 수 있나요? 꼭 우리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서 신선하고 정성을 담아 만들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전주시 대성동에 있는 사회적 기업 ‘맛디자인 김치’에서 만난 한 근로자의 이야기다. 사회적 기업 ‘맛디자인 김치’는 우리의 전통 음식인 김치를 상품화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전주시 대성동에 위치한 맛디자인 김치 회사입구.

  사회적 기업 ‘맛 디자인 김치’가 탄생하기까지

‘맛디자인 김치’가 문을 연 것은 2001년 7월이다. 취약계층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전주지역자활센터에서 만든 ‘자활근로사업단’ 외식사업팀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김밥판매부터 도시락 배달 서비스까지 외식의 전반적인 분야로 출발했지만, 첫 달 매출이 10만원도 되지 않았다.

그러다 이듬해인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김치만 만들기로 했다. 설립 당시 자활센터의 팀장으로, 지금은 대표를 맡고 있는 한경미씨는 “취급 품목은 많은데 매출이 오르지 않아 한 가지 아이템에 집중하자고 결정한 것이 바로 김치”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무래도 취약계층들은 노동숙련도나 전문 기술 능력이 부족한데,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주부들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분야는 김치제조라고 생각했다” 며 “무엇보다도 김치는 우리 직원 모두 담글 수 있었고, 여기에 각자가 가진 음식솜씨를 발휘해 표준화된 김치를 만든다면 상품성이 있겠다 싶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치제조사업에 주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출이 늘었다. 2005년에는 이곳에서 일하던 취약계층 3명이 자신들의 돈을 모아 ‘김치요리 전문점’을 열어 자립하기도 했다.

이곳은 2008년 자활공동체로 독립했다. 그동안 전주시의 지원을 받았지만, 지원이 끝나면서 독립사업체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 1월에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은 사업 분야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덕택에 노동부로부터 사업 개발비 4000만원과 전문 인력 1명의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총 10명. 오전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 근무하고 받는 돈은 110만원,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대부분은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이다.

“성공 비결요? 정직한 우리 농산물만 사용하기죠”

지금은 현재 이곳에선 전주 시내 17개 학교, 병원 등 35곳에 김치를 정기적으로 납품하고 있다.또 서울, 경기지역까지 납품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연간 매출만 해도 5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수요가 늘면서 사업장 규모도 처음의 20㎡에서 363㎡로 18배 가량 늘었다.

이렇게 성장한 비결은 뭘까. 한경미 대표는 “성공 비결은 까다로운 재료 선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모든 재료에 10년째 우리 지역 농산물만 이용하고 있어요. 또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죠. 주문받은 만큼만 그때그때 담가 공급하기 때문에 신선하기도 하고요.”

‘맛디자인 김치’에선 바른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주재료인 무, 배추와 고춧가루, 생강 등 양념 재료를 모두 완주 봉동, 진안, 장수, 무주 등지에서 엄선해 조달하고 있다고 한다.

화학조미료를 저혀 넣지않은 맛깔스럽고 다양한 맛디자인 김치들.

한경미 대표는 “단기적인 수익이 목표가 아니라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이 목표였기 때문에 아무리 단가가 맞지 않아도 우리 농산물로 만들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우리 농산물만 고집했다”고 말했다.

또 차별화를 두기 위해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았다. 이들은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맛깔스러운 김치를 만들기 위해 한 달 동안 직원들과 각 지방의 특산물인 조개, 굴, 무 등을 이용해 시원한 맛, 단맛, 담백한 맛, 등 수백 번의 제조방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지금은 맛깔스러운 전주 특유의 표준 레시피를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처음엔 재료비와 매출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특히 일반 대기업의 김치보다 소규모인 우리 김치가 30% 정도 더 비쌌거든요. 하지만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은 속일 수 없잖아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우리 김치를 한번 맛보신 분들은 그 맛을 잊지 않고 찾아주시고,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일이 많아 몸은 힘들지만,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근로자는“김치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사한다는 뿌듯함 때문에 일하는 것이 신이 난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까지 벌 수 있어 행복하다”며 웃어보였다.

“안정적 일자리 만드는데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사회적 기업 ‘맛디자인 김치’의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한경미 대표는 “최종 목표는 김치제조 사업을 통해 안정적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크게 확장하기보다는 지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더 나이가 들어서도 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랍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대리점을 내주려고 합니다. 여기서 배운 실력으로 현재 직원은 사장이 되고 이들이 다시 취약계층을 고용해 사회적 기업 ‘맛 디자인 1호, 2호 등을 전국적으로 넓히는 거지요.”

우리의 고유 음식인 ‘김치’를 통해 희망을 나누며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맛디자인 김치’. 앞으로 ‘맛디자인 김치’가 더욱 성장해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출처|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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