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과즙 끓여 농축한 ‘환원주스’ 에 그쳐
시판 주스 34종 중 4개사 9종만 ‘진짜 무첨가’

국내 시판 중인 주스들이 내세우고 있는 수식어들이다. 이것만 보면 과일의 신선한 맛과 영양을 주스에서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주스 포장 앞면에 나와있는 신선한 과일의 사진과 ‘100%’ 등의 문구를 지나 제품 뒷면을 살펴보면 액상과당, 구연산, 합성착향료 등의 첨가물이 표시돼 있다. 100% 주스라는데 왜 첨가물이 들어가는 걸까. 답은 시판 주스 대부분은 과즙을 끓여 농축한 농축과즙에 물을 탄, 일명 ‘환원주스’이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가 시판 주스 34종을 조사한 결과 첨가물 없이 과일이나 과즙만으로 만든 주스는 4개 회사의 9종뿐인 걸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들을 대상으로 했다.

풀무원 ‘아임리얼’ 시리즈와 CJ제일제당의 ‘쁘띠첼 스퀴즈’ 시리즈, 헤럴드에코팜의 ‘저스트주스’ 시리즈, 웅진 ‘자연은 생으로 가득한 오렌지100’ 등이다.

시판제품 중 첨가물 없이 과일이나 과즙만으로 만든 주스는 4개사 9종뿐인 걸로 확인됐다. 왼쪽부터 ‘CJ쁘띠첼스퀴즈’, 웅진 ‘자연은 생으로 가득한 오렌지100’, 풀무원 ‘아임리얼’, 헤럴드에코팜의 ‘저스트주스’.
풀무원의 ‘아임리얼’(www.imreal-pulmuone.co.kr)은 딸기, 키위 등 주 재료인 과일을 갈아 만들었다. 여기에 당도를 맞추기 위해 배 등 다른 과일의 과즙만을 넣었다.

‘CJ쁘띠첼 스퀴즈 오렌지’(www.cj.co.kr)는 오렌지를 그대로 짜서 만든 착즙 주스다. 과즙 외에 별도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았다. 초고압살균 기술을 이용, 균을 제어해 과일의 영양소도 최대로 살렸다.

최근 판매에 들어간 ‘저스트주스’(www.heraldecofarm.co.kr)의 경우 과즙조차 쓰지 않고 유기농 무농약 생과일만 넣고 열을 가하지 않는 초고압살균 기술로 생산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페트병에 담겨 상온에서 유통되는 ‘상온 유통 주스’들은 예외 없이 농축과즙에 물을 부어 본래 농도를 맞춘 형태였다. 예컨대 원래 100㎖ 분량이었던 오렌지과즙을 끓여 30㎖까지 부피를 줄여 원료를 수입한 뒤 여기에 70㎖ 분량의 물을 부어 100㎖의 오렌지주스를 만드는 식이다.

과즙의 수분을 줄였다 다시 더한 셈이니 농도는 얼추 맞는다 해도, 이 대목에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바로 농축과즙, 정제수와 더불어 성분표시 한 켠을 빼곡히 채운 첨가물들이다. 환원주스로는 과즙을 바로 짜냈을 때의 신선한 풍미를 느낄 수 없다 보니 설탕이나 액상과당, 합성착향료 등의 첨가물을 넣어 맛을 내는 것이다.

상온 유통 주스보다 프리미엄급으로 통하는 ‘냉장 유통 주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농축과즙에 정제수를 넣어 만든 제품들이었다. 환원주스의 한계를 극복하려다 보니 액상과당, 합성착향료 등의 첨가물도 들어갔다.

심지어 과일을 그대로 갈아 만들었다는 생과일주스 중에서도 단맛을 강조하기 위해 농축과즙을 일부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농축 과즙에 물, 인공적인 첨가물까지 넣어 만든 주스도 ‘100% 오렌지주스’로 표기하는 데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고시한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르면 “농축액을 희석해 원상태로 환원해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환원된 표시 대상 원재료의 농도가 100% 이상이면 제품 내에 식품첨가물이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100%의 표시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 돼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건 CJ제일제당 건강편의팀 부장은 “환원주스는 당도 등의 조건에서 원재료인 과즙만큼의 기준을 맞추면 100%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엄밀히 따지면‘100%’가 실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100%’가 아닌 셈이다.

허혜연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식품연구소 팀장은 “첨가물이 들어갔는데도 100%라고 하거나 천연 100%라고 광고하지만 보존료가 들어간 상품도 많다”라며 “당 무첨가라고 표기돼 있지만 설탕만 안 들어갔지 액상과당 등 단맛을 내는 다른 첨가물들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표기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있는데, 식약청이 실태를 조사해서 표기 형태를 제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주스에서 ‘100’이라는 문구는 ‘100%’보다 더 관대하게 쓰인다. 여러 과일이 아닌 한 과일의 농축 과즙만을 사용했다면 얼마든지 ‘100’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각종 첨가물을 이용해 새콤달콤한 과일의 맛을 인공적으로 복원했다 해도, 과일의 신선한 영양분까지 되살릴 수는 없는 법이다. 농축 과즙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열처리를 하면 비타민C 등 과일의 영양소는 다소 파괴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김영건 부장은 “농축과즙을 사용한 주스가 아니더라도, 가열처리를 한 주스들은 제조 과정에서 영양소가 손실될 수는 있다”라며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열 처리를 하지 않은 주스를 ‘비가열 주스’라고 하는데, 시판 제품 중에는 비가열 과즙이 일부 함유된 ‘비가열 함유 주스’도 있으니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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