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삼양컵라면’ 첫선 이후 ‘왕뚜껑S' 등 진화거듭

지난해 용기면 시장은 6천억 원을 넘어서며 라면 시장 전체 30%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선보인지 40년이 된 용기면은 이제 ‘국민식사’로 자리 잡았고 용기, 내용물, 용량, 조리시간 등을 다양화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용기면은 일본 닛신식품이 1971년에 발매한 ‘컵누들’이다. 국내에서는 1972년 삼양식품이 닛신식품의 기술을 도입 해 ‘삼양컵라면’을 출시한 것이 처음이다. 그러나 ‘삼양컵라면’은 생소한 이미지에 봉지면보다 가격이 4배 이상 비싸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국민소득이 증대되고 야외활동이 활성화됨에 따라 간편식 위주의 취식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때 용기면 시장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기온수기 보급률 증가는 용기면시장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언제 어디서나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용기면의 편리성은 사회의 현대화와 함께 각광을 받았다.

이 당시 라면업체들은 용기면의 편리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용기 다변화’를 통해 각축전을 벌였다. 용기면의 초기 모양은 좁은 컵이나 사발형태였으나, 도시락, 냄비 모양 등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기폭제가 된 제품은 1984년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가 개발한 ‘도시락’이다.

‘도시락’은 바닥이 넓적해 엎지를 가능성이 적었으며, 기성세대의 도시락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에서는 용기면시장의 60%를 점유하며 연간 약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는 용기면을 식사대용으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대용량 전쟁이 시작된다. 대표적 제품으로는 농심의 ‘큰사발 시리즈’와 팔도의 ‘왕뚜껑’과 ‘빅3’, 삼양식품의 ‘큰냄비’를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말 불어 닥친 다이어트 붐과 편의점 증가는 작은 크기의 용기면, 즉 ‘소컵’시장을 성장시켰다. 칼로리가 낮은 제품을 찾기 시작하고 삼각김밥 등 편의점 먹거리류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소용량 제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업체들이 다양한 ‘소컵’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농심의 ‘신라면컵’, 오뚜기 ‘진라면컵’, 팔도의 ‘미니왕뚜껑’이 대표적인 ‘소컵’ 용기면들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로 차별화된 제품들이 출시되었으며, 현재 120여종 이상의 컵라면 브랜드가 판매되고 있다. 라면업체들은 지속적인 차별화 컨셉트 개발을 통해 컵라면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팔도가 출시한 ‘왕뚜껑S’는 ‘가장 짧은 조리시간’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끓는 물을 붓고 90초 만에 조리가 완료되는 것이 특징인데, 시중에 판매되는 컵라면은 평균 조리시간인 3~4분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오뚜기 ‘스낵컵면’은 조리시간이 2분으로 ‘왕뚜껑S'에 이어 두 번째로 조리시간이 짧다.

오뚜기의 ‘컵누들’과 농심의 ‘녹두국수 봄비’는 웰빙과 다이어트 트렌드에 맞춰 출시된 제품으로 칼로리를 낮췄으며, 농심은 건면라인에 대대적인 투자 후 ‘건면김치’ 등 건면 컵라면으로도 차별화 하고 있다.

또한, 컵라면의 최대 판매처인 ‘편의점’에서는 식품업체 못지않은 PB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유명 음식점과 제휴를 맺거나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라면업체 관계자는 “1인 가구와 편의점의 증가로 간편 식품의 수요 또한 증가하면서, 컵라면의 매출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라면업체들은 컵라면의 주요 이용층인 10~20대의 젊은 계층에 초점을 맞춘 차별화된 컵라면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e프레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