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이택용 농협 친환경유통팀장

얼마 전만 해도 특정수요계층에서 소비되던 친환경 농산물은 이제 무상급식과 함께 일반 소비재가 돼버렸다. 농협의 친환경농산물 유통사업도 이에 맞춰 활기를 더하고 있다. 농협은 올들어 직제개편을 하면서 친환경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식품유통부를 신설하고, 학교급식사업에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이다. 학교급식을 전담하는 친환경유통팀 이택용 팀장을 만나 향후 학교급식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이택용 팀장

-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수입 개방 등에 대응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친환경 농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규모가 급증했다. 농가수는 2,000여개에서 18만2,000여개로 90배, 생산량은 3만5,000톤에서 237만톤으로 무려 70배 정도 늘어났다. 현재 일반 농산물 대비 친환경 농산물 점유비는 면적으로는 10.4%, 생산량으로는 13.5%를 차지해 틈새시장의 범주를 벗어나 이미 주류시장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 식품유통부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 다섯 가지 핵심사업이 있다. 친환경 농업 육성 및 유통업무를 비롯해 농식품 가공사업 육성, 농식품 수출지원, 군납사업, 식품 안전관리 및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 인증업무 등이다.

- 친환경유통팀의 주업무는 무엇인가.
▷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원활하게 공급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본부에서는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을 대상으로 직접 학교급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급식이야말로 농협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적성에 맞는 아이템이다. 이덕수 경제대표도 이러한 장점을 감안해 학교급식사업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 연말 농협이 경기도와 MOU 체결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도 관내 학교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협약이었다. 일부 농민단체의 반대로 잠시 유보된 상태이지만, 친환경 무상급식 시행과 맞물려 재가동될 것으로 예상한다.

- 학교급식이 농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업이란 무슨 뜻인가.
▷ 지역단위별로 설치돼 있는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가 공동으로 학교급식 공급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설치 논의와 움직임이 활발한 ‘급식지원센터’의 개념은 바로 농협의 유통센터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지역에서는 전남 순천시 등 여러 곳에서 이미 학교급식에 참여하고 있다. 각 지자체 단위에서 농협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사업모델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 학교급식센터로서의 시스템을 다 갖췄다는 의미인가.
▷ 학교급식센터의 기능은 친환경 농산물의 원활한 공급, 품질 보증, 안전성 확보 등 세가지로 압축된다. 농협은 이 세가지 핵심요소를 모두 보유, 아무 문제없이 수행하고 있다. 농협은 친환경 농업과 유통을 육성하면서, 식품 안전관리 및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 인증업무를 맡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농식품 가공식품을 만들어내고 NH식품사업단이 물류를 책임지고 있어 농협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학교급식센터라고 말할 수 있다.

- 그런데 왜 각 지자체와 교육청 등에서는 학교급식센터를 새로 설치하려는가.
▷ 농협은 기회 있을 때마다 조언하고 제안한다. “학교급식센터는 실제로 180일만 운영되는 반면 산지유통센터는 연중 가동된다. 지역별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학교 반품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제도 갖추고 있다. 그러니 추가 비용을 들여 새로 설치하지 말고 농협 산지유통센터의 보완투자를 통해 적극 활용하자”고. 하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 전국적인 학교급식센터 신설이 국력 낭비란 얘기로 들린다.
▷ 최근 설치된 지방의 한 급식센터는 과잉투자의 대표적인 신축사례로 꼽히고 있다. 공공기관이 행정실적을 의식하지 않고 우리 아이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제때에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공동의 선’을 생각하면 굳이 신설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 학교의 소량다품목 수요를 감당할 수 있나.
▷ 표준식단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표준식단이 이뤄지면 학교가 발주하는 농산물 중 품목별로 3~4개월 정도의 물량만 예측하면 계약재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계약재배는 작황 따라 변하는 산지가격과 고정된 학교급식 단가의 갭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 학교의 전자조달시스템(NEIS)과 연계가 되나?▷ 순천 농협의 경우 NEIS와의 호환이 안돼 독자적으로 수발주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교과부에 NEIS를 지역거점과 링크되도록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이 부분만 해결되면 친환경 농산물 유통사업은 큰 힘을 얻게 된다. 표준식단과 나이스와의 연계가 이뤄지면 지역별로 친환경 농산물의 직거래가 활기를 띨 것이다.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안의 친환경 농산물 ‘아침마루관’ 내부 모습.

- 친환경 무상급식이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행되면 수급상황이 걱정이다.
▷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가 크게 늘고 산지도 규모화돼 가고 있어 친환경 농산물 유통을 농협이 주도해야 할 시점이다. 농협은 산지의 조직화와 규모화를 위해 친환경농업협의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이 협의회는 154개 농협뿐만 아니라 36개 회원단체를 거느린 환경농업단체연합회를 망라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친환경농업단체이다. 이러한 생산조직을 기반으로 소비촉진 활동과 같은 친환경 농산물 자조금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권역별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수도권과 충청권, 영남권은 지난해 이미 구축하였고 앞으로 호남권만 마무리되면 친환경 농산물의 전국적인 물류체계가 완성된다.

- ‘아침마루’는 무엇인가.
▷ 농협의 친환경 농산물 공동브랜드이다.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친환경농산물 상품의 판매확대를 위해 만들었다. 하나로마트 등 300평 이상의 계통매장과 대형마트 등에 아침마루관을 ‘샵인샵’ 형태로 개설,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218개가 설치돼 있다.

- 앞으로 더 중점을 둬야 할 일이 있을 텐데.
▷ 농협에서 유통하는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와 안정성 검사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 수입 유기가공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 유기가공식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e프레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