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ㆍ떡갈비ㆍ오이 초무침ㆍ현미밥 등 “베리 굿”

미국 보스톤의 한 고등학교에서 불고기와 떡갈비, 오이 초무침 등 한식을 급식으로 제공해 호평을 받았다고 ‘보스톤 코리아 닷컴’이 전했다.

보스톤 코리아 닷컴은 기존의 보스톤 지역의 커뮤니티 웹사이트 보스톤 코리아 닷컴과 보스톤 지역의 주간신문 보스톤 코리안이 합병하여 만든 BostonKorea.com Inc.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이다. 다음은 보도 전문이다.

오전 10시 40분, 급식시간이 시작되자 카페테리아로 쏟아져 들어온 아이들은 기대에 잔뜩 부푼 얼굴로 줄을 섰고, 차례를 지켜 불고기와 떡갈비, 오이 초무침, 그리고 현미밥을 받아들고 테이블로 향했다. 이들은 대부분 서툰 젓가락질은 포기하고 포크를 사용해 눈깜짝할 새 한 그릇 씩 비워냈다.

“아주 색다른 맛이다. 특히 불고기를 밥에 섞어 먹으니 독특하고 맛있다”는 조든 스미스군은 “다음에 또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눈 깜짝할 새 먹어치운 라이스군은 “정말 맛있다. 불고기가 특히 더 맛있었다. 미국 식 스테이크와 달리 헬시푸드처럼 느껴진다 ”고 말했다. “하지만 젓가락 사용하는 것이 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구정, 웰슬리 고등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학교측은 이날을 기점으로 한식을 카페테리아의 메뉴에 넣었고, 향후 웰슬리지역 7개 공립학교에서도 한식을 급식메뉴에 넣는다. 이는 이 지역 학교에 급식을 담당하는 차트 웰(Chart Well)사 소속 한인 파인 박(Guhkee Park)씨에 의해 제안된 것이다.

급식담당 감독 케리(Dubois-Gould, Keri)씨는 “한국의 설날을 기념하여 시작한 한식 급식은 보기에 좋을 뿐 만 아니라 맛 또한 뛰어나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며 “앞으로 웰슬리 지역 7군데 공립학교에서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일에는 파인 박의 힘이 컸다고 밝혔다.

이날 학생들은 설날 기념 디저트로 제공된 초코파이와 둥글레차 또한 이리저리 살피는 등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미 한달 전부터 불고기 등 한국 음식이 이날 카페테리아에 들어설 것이라는 식단 메뉴를 본 상태였고, 기대해 왔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평소 붐비던 피자, 햄버거 코너는 아이들이 한식코너로 몰리는 바람에 썰렁했다.

한편, 이날 한식 급식은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크리스티나 교사는 “한식을 좋아한다. 아시안 친구를 통해 이미 한식을 많이 먹어봤다”며 올스톤 한식당을 자주 이용한다고 밝혔다.

이 학교의 급식을 만드는 셰프 제이미 실버버그 씨는 한식을 만들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인 급식 담당자 파인 팍 씨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그녀가 모듬 레서피를 다 알려주었을뿐 아니라 이번 음식은 그녀의 솜씨라는 것.

그의 말대로, 한식이 이 학교 식당에 자리잡기까지, 그리고 구정날 첫 선을 보이기까지 숨은 공로자는 한인 파인 박씨다. 5개월 전부터 이 학교 카페테리아의 댈리 코너를 맡아 왔던 박 씨는 평소 재료 저장고를 드나들던 중 그날 쓰고 남은 재료가 고스란히 버려지는 것을 아까워 했다. 그 중 한식재료인 간장, 참기름, 시금치 등이 더욱 눈에 들어온 박 씨는 이 재료들도 살리고 한식도 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생각했다.

또한 박 씨의 생각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미국식 고칼로리 식단을 조금이나마 벗어나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을 염두에 뒀다. 설탕 대신 꿀을 사용하고 불고기에는 야채를 듬뿍 넣는 것.

야채를 듬뿍 넣은 불고기, 다진 갈비살을 한국식으로 양념해 그릴에 구워낸 기름 잡은 떡갈비, 느끼함을 덜기 위한 새콤달콤 오이초 무침이 그것. 밥 또한 건강을 생각해 현미 밥. 이렇게 꾸려진 박 씨의 식단은 회사에 올려졌고, 몇 명의 급식 담당 셰프들이 회의를 통해 통과 시켰다.

첫선을 보이는 날짜 역시 박씨의 제안에 의해 한국의 설날인 구정으로 정해졌고, 아이들에게 알려졌다. 박 씨는 한달 전부터 만나는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편 박씨는 한국 태극기를 보스톤 총영사관에서 빌려오고, 한국 안내 책자 역시 비치하는 등 한국 알리기에도 적극 앞장섰다. 동해가 표기된 지도를 비치해 동해가 우리나라 영해임을 알리려고도 노력했다.

“어떤 형식으로든 한국을 알려나가는 것은 흐뭇한 일이고, 한인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라는 박씨는 앞으로 슈퍼바이저가 되면, 더욱 영향력이 생길 것이고, 미국 학교에 아시안 음식이 아닌, 한식을 알려나가는 일이 한결 수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웰슬리 고등학교는 한국의 명절 설을 기점으로 한식을 급식으로 제공한다는 안내판에 남한의 국기와 북한의 국기를 나란히 그려 넣었다.

아이들의 한식 급식 상황을 보러 온 부교장 노바씨는 “한식을 먹어보진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 이 즐겨 먹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아마도 맛있는 것 같다”며 “특히 다른 나라의 설날이라 더 좋다. 젓가락 사용 등 다른 문화를 체험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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