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용우 법제처 행정법제국 법제관

서용우 법제관
요즈음 가장 자주 접하게 단어 중의 하나가 ‘Global(세계적인 또는 전세계의, 세계화의)’인데, 경제, 문화 및 과학 등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Glob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소통되어 있고 개방되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어느덧 전 세계적으로 개방된 사회에 살고 있게 된 것이다.

국가 간 FTA의 체결은 이러한 개방된 세계가 추상적인 의미를 넘어서 직접 경험하게 되는 현실의 세계로 다가오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이러한 추세에 걸맞게 세계적으로 현재 약 294개의 FTA가 체결되어 있고 우리나라는 약 47개국과 FTA를 체결한 바 있으며, 그 중 미국과의 FTA는 가장 논란이 심했던 협정이다.

그런데, 한·미FTA에 대한 논란 중에는 그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부족이나 오해로 인한 경우가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일부 조례가 한·미FTA와 충돌될 우려가 있어 이를 개정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는데, 이는 한·미FTA에 대한 오해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는 소위 네가티브(Negative) 형식의 협정으로 개방하지 않겠다는 분야를 협정문에 기재하는데 이를 유보조항 또는 유보목록이라고 한다.

물론 기재되지 않은 분야는 개방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한·미FTA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치에 대하여는 ‘포괄적 현재유보’ 조항을 두었는데, 이는 비록 현재의 상태가 한·미FTA와 충돌되더라도 이를 인정하겠다는 의미이다.

즉,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한·미FTA에 위반되더라도 이를 개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향후 개정 시에는 현재의 조치보다 더 규제를 강화할 수 없을 뿐이다.

또한, 한·미FTA에서는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학교급식에 대하여는 정부조달을 적용하지 않도록 되어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학교급식은 WTO의 정부조달협정을 준용하게 되어 있다. 그

런데, 최근 WTO 정부조달협정이 개정되어 학교급식에는 정부조달협정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 시행하는 학교급식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학교급식에 대하여는 한·미FTA의 적용을 받지 않게 것이다.

한·미FTA와는 달리, 한·EU FTA는 소위 포지티브(Positive)형식의 협정으로 개방할 부분만을 기재하는데, 이를 양허조항 또는 양허목록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한·EU FTA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포괄적 유보조항이 없고, 개방할 분야를 일일이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개방분야에 대하여 한·미FTA보다 한·EU FTA를 더 면밀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EU FTA는 정부조달에 대하여는 WTO 정부조달협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고,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WTO 정부조달협정이 최근 개정되어 학교급식은 한·EU FTA의 적용도 받지 않게 되었다.

한·미FTA를 비롯한 FTA의 문제점에 대한 검토나 지적은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협정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내용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 그 문장도 영어식 표현이 많아 내용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미FTA는 국민적 찬반논란 속에 2월 중에 발효가 될 것으로 보이며, 그 적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서 필요한 곳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중앙부처의 법령 입안 실무자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의 입안 실무자들에 대한 한·미FTA를 비롯한 FTA 전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용우 법제처 행정법제국 법제관]
저작권자 © e프레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