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강화밝은마을’ 농부의 쌀농사 일기

“학교급식으로 팔면 일반 쌀보다 조금 더 받는다. 그러나 그 값 차이보다 노동력은 훨씬 더 든다. 돈만 생각하면 못할 일이다. 제초제는 안 좋다는 거, 일했을 때의 보람, 좋은 일 한다는 약간의 자부심?” ‘강화밝은마을’ 농부 이광구씨가 우렁이를 활용한 친환경농법을 블로그에 올렸다.(https://blog.naver.com/kanghwacarefarm/222024885979). 급식뉴스가 이를 그대로 옮겨 실었다.

강화도는 섬이지만 논이 많은 지역이다. 20여 년 전부터 농약을 안 쓰는, 친환경농업을 해왔다. 그래서 학교급식에 공급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처음에는 오리농법이었다. 오리가 풀을 뜯어먹기도 하고, 벼 사이를 헤치고 다녀서 풀이 못 나게 하는 방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봉하마을에서 했던 방식이다.

그런데 오리농법은 어려움이 있다. 오리가 못 나가게 울타리를 쳐주어야 하고, 잠자리도 마련해 줘야 한다. 또 풀만으로는 부족하니 날마다 먹이도 줘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게 우렁이농법이다. 울타리 안 쳐줘도 되고, 잠자리 없어도 되고, 날마다 먹이주러 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것도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모내기가 끝나고 며칠 뒤에 우렁이를 논에 뿌려준다. 너무 일찍 뿌리면 우렁이가 어린 벼를 갉아먹어서 안 된다.
우렁이 농법의 최대 과제는 물 관리다. 물이 없는 메마른 곳에는 우렁이가 가지 않는다.
그러면 물이 깊은 곳으로 몰리고, 그곳은 상대적으로 우렁이가 많으니까 먹이(새로 돋는 풀)가 모자란다. 그러면 벼도 뜯어먹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깊은 곳에는 풀을 뜯어서 넣어주기도 한다. ​

물이 마르지 않게 하려면 먼저 물이 충분해야 하고, 논바닥이 고라야 한다.
평평하지 않으면 바닥이 드러나는 곳이 있게 되고, 그곳에는 우렁이들이 가지 않는다. 써레질을 잘 해야 한다는 건데, 이게 쉽지 않다.

우렁이가 일하지 않은 곳에 피가 났다. 이거 뽑는 일이 쉽지 않다. 뽑고 나면 꼭 이발한 느낌이다.
피 뽑는 일도 제때 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피가 뿌리를 단단히 내려 뽑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1주일 동안 날마다 한두 시간씩 했는데, 뒤로 갈수록 피가 뿌리를 깊게 내려 훨씬 힘들었다.

관행농법으로 하면, 모내기 할 때 제초제를 함께 뿌린다. 논두렁에도 제초제 뿌리면 간단하다.

논두렁이 누렇게 변한 걸 볼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 그렇지만 노동력이 부족하고 돈이 안 되니, 어쩔 수 없다는 점도 이해는 한다.​

친환경 벼농사의 두 번째 어려움은 논두렁 풀깍기다.
낫으로 깍는 건 엄두가 안 나고, 예초기로 해도 평지가 아니라 쉽지 않다.

돈만 생각하면 못할 일이다.
제초제는 안 좋다는 거, 일했을 때의 보람, 좋은 일 한다는 약간의 자부심?

이런 것들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

친환경 인증을 받아 학교급식으로 팔면 일반 쌀보다 조금 더 받는다.
그러나 그 값 차이보다 노동력은 훨씬 더 든다.
자부심과 보람 없이 단지 수익성만이라면...

친환경 농사를 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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