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쟁점 ‘원료기반 표시’ 식품업계 끝내 수용 안해

2018년 12월 12일 출범한 협의체 모습.
문재형 한살림연합·GMO반대전국행동 조직위원장

담당 주무부처 식약처 없이 식품업계와 GMO완전표시제 논의 약 22만 명(216,886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GMO완전표시제 국민청원에 참여한 이후 진행된 ‘GMO표시제도 개선 사회적협의회’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국민들이 요구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중단되었습니다.

처음 협의체가 구성될 때부터, 담당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뒷전으로 빠진 채 용역사업으로 진행함으로써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국민이 정부에 요구한 사안을 정부 부처가 아닌 식품업계와 논의한다는 점에 대해 의아해 했었고 문제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도 어렵게 마련된 자리인 만큼 시민사회 대표자 8인은 국민청원의 대표성을 가지고 성실하게 협의체에 임했지만 GMO완전표시제 시행을 위한 실마리는 찾을 수 없었고 GMO완전표시제 시행은 불가능하다는 식품업계의 입장만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2018년 12월 12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2019년 6월 13일까지 9차 회의가 진행되었던 사회적협의체의 진행 경과를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사회적협의체 구성원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GMO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진영에서는 경실련, 농민의길, 소비자시민모임,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 탈GMO기독교연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살림연합·GMO반대전국행동 각 단체별 1인씩 8인이 참가를 했습니다.

GMO완전표시제 시행을 요구받는 식품업계에서는 대상, 삼양사, 인그리디언코리아, 중소기업식품발전협회,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한국대두가공협회, 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장류협동조합 각 단체별 1인씩 8인이 참가했습니다.

총 9회 차 회의를 진행하며 핵심 쟁점이 되었던 내용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원료기반의 GMO완전표시제를 식품업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였습니다.

시민사회단체, GMO 여부를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게 국민의 알 권리

시민사회단체는 연간 1천만 톤의 식품용·농업용(사료용) GMO가 수입되고 있는 게 국내 현실이지만 표시제 미비로 실제 표시가 되고 있는 제품은 찾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인 알 권리 실현을 위해 국민들이 GMO 여부를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게 GMO완전표시제 시행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식품업계, ‘수입제품과의 역차별’ ‘소비자의 비 선택’ 우려 크다고 하지만 이에 식품업계에서는 GMO완전표시제가 시행될 경우 국내법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국내 업체는 Non-GMO 원물을 사용할 경우 비용부담, 원물 구입 절차 복잡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지만 이에 반해 외국 업체는 최종 원물에 유전자변형 DNA가 남아 있지 않아 GMO가 사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제품군의 경우 GMO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Non-GMO 표기를 해 국내에 들여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제품은 가격 유리성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되는 ‘수입제품과의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품에 GMO라고 표기할 경우 GMO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해당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완전표시제 시행 이후 관련한 기업이 타격을 받는 ‘소비자 비 선택’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GMO완전표시제는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 식품업계 의지가 있다면 함께 해결할 수 있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식품업계의 어려움에 충분히 공감하였고 지금 당장 GMO완전표시제를 시행하기 어렵다면 가능한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식품업계 의지가 있다면 시민사회단체와 식품업계가 GMO완전표시제 시행에 따라 식품업계가 피해를 입을 경우 이를 지원하는 것도 공동으로 요구하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또한 ‘수입제품과의 역차별’은 외국 업체 서류를 철저하게 검사하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이를 방지하는 방법도 함께 논의하자고 했습니다.

‘소비자 비 선택’의 우려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언제나 요구받는 점이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면 적응을 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며 또한, GMO가 표시된 제품을 시중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소비자 선택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다고 답변도 했습니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GMO완전표시제는 위 사항들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GMO완전표시제 국민청원의 또 다른 내용인 ‘공공급식, 학교급식에서 GMO 식품 사용금지’ ‘Non-GMO 표시 불가능한 현행 식약처 고시개정’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도 못 했습니다.

식약처가 GMO완전표시제 시행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 들어

어떻게 보면 이미 시작 전부터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이미 시장이 선점되어 있는 현행 시스템을 고수하고 좀 더 값싸고 구하기 쉬운 원재료들을 선택하는 게 자명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 부처인 식약처가 국민의 입장을 반영해야 할 역할이 컸지만, 식약처는 협의체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협의체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식약처 국장은 소비자단체와의 간담회에서 기존 GMO 표시제 강화가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발언은 물론, 가격상승 등 식품업계 주장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을 펼쳐 과연 식약처가 국민의 요구인 GMO완전표시제를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들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식품업계와 이견…부득이하게 사회적협의체 중단할 수밖에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을 대신해 사회적협의체에 참가했던 시민사회단체 8인은 어쩔 수 없이 사회적협의체 진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식약처 없이 식품업계와 협의를 계속하는 것은 9회 차 회의결과가 말해 주듯이 끝없는 줄다리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무리는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GMO표시제도 개선 사회적협의체’가 국민들이 요구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체 중단되어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는 게 아닙니다. GMO완전표시제 실행을 위해 식품업계와 구체적으로 논의했던 경험들을 토대로 앞으로 더욱 힘차고 세밀하게 원료기반의 GMO완전표시제 운동을 펼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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