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급식과 바람직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방안 정책간담회’는 대략 세가지 아쉬움, 실망감을 안겨줬다. 모두 간담회에 참석한 공무원, 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느낀 감정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200여명의 영양교사와 학교영양사들이 참관했다. 이들은 간담회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출입문 앞 복도까지 메울 정도였다.

학교급식소의 산업안전보건 관리감독자로 영양교사와 학교영양사들을 지정하려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얼마나 몰상식하고 비합리적이며 부당한 처사인지 말없이 시위하는 듯했다. 절박해진 입장과 개선될지도 모른다는 간절한 기대가 충분히 감지되는 분위기였다.

간담회장은 실내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복도까지 붐빌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이날 임영미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장은 산안법에서 학교급식을 구내식당업으로 지정하게 된 사정을 먼저 설명했다. 이어 “영양(교)사가 평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휘관리하던 업무처럼 산업안전보건업무를 관리ㆍ감독케 하려는 것인데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라고 반문하듯이 말하자, 즉각적으로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급기야 입구쪽에 앉아 있던 한 참석자가 임 과장의 말을 자르고 내뱉듯이 입을 열었다. “학교급식소 현장을 전혀 모르시는 것 같다”며 꾸짖듯이 대꾸했다. 순간 그 말에 동조하는 웅성거림이 다발적으로 쏟아졌다.

산안법 개정작업에 참여한 임 과장의 경우, 거의 모든 학교업무가 교육서비스업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기본으로 삼았다면 학교급식을 기타 구내식당업으로 분류해 놓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했을 법한데…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사전에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만이라도 듣고 산안법을 매만졌다면, 분노 섞인 영양교사와 학교영양사들의 항의, 바람, 개선 요구 등을 촉발한 지금의 상황과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심어줬다.

“학교에서의 고민도 알고 검토도 했지만, 산재가 많은 학교급식 현장의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입법 목적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꺼낸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은 “관리감독자 지정에 관한 내용은 단위사업장인 각 시ㆍ도교육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교육부가 간섭할 사안이 아니고 입장도 못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교육부가 산안법 적용에 따른 학교급식소 관리감독자 지정을 어찌 할 것인지 고심 중인 시ㆍ도교육청들과 만나 해법을 찾으려고 애써봤는지 궁금하다. 영양교사와 학교영양사들이 처한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학교급식 정책책임자 중 한사람으로서 혼자 혹은 직원들과 논의는 여러번 해봤을 터이지만.

교육부로서는 산안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영양교사와 학교영양사들을 관리감독자로 지정하는 것, 학교급식을 기타 구내식당업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 무리하고 온당치 않다는 판단과 지적을 그냥 흘려 넘길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단위사업장은 계열사, 계열사 사장은 시ㆍ도 교육감이고, 학교는 계열사 각 부서에 속하며 교육부는 각 단위사업장을 총괄하는 그룹의 총수격인 셈이다. 그런 교육부라면 어떤 형태로든 계열사, 각 부서가 수긍하고 공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교육부의 역할일 것이다. 관리감독자 지정 문제로 애면글면하고 있는 계열사 사장, 각 계열사의 각 부서(학교) 근로자 등 회사 내 직원들의 안전보호를 위해서. ‘근로자 안전보호’라는 입법 목적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교육부에게, 근로자 안전보호 장치가 과연 ‘적합한 것인지’를 더 많이 고민하고 대안을 찾기를 주문하고 싶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뀌지 않은 정치인들의 ‘인증샷’ 연출

이날 간담회는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교육위원회)이 주최하고, 대한영양사협회가 주관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주승용 의원(국회 부의장, 전남 여수시을)이 뒤늦게 참석해 축사 또는 격려사 형태의 인사말을 했다. 같은 당 의원이 국회에서 간담회와 토론회, 심포지엄, 세미나 등을 주최할 때 동료의원이나 당 대표 등이 자리를 함께해 인사말을 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관행이다.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자리에 앉은 이들은 모두 “잘 모르는 일이지만~ ”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손 대표는 간담회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인사말을 하면서 뒤쪽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 적힌 주제를 보고나서 말을 이어갔으니 분명했다.

그들의 어설픈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행한 일은 어김없이 ‘인증샷’을 위한 촬영.
간담회장은 잠깐 어수선해지고 손 대표를 비롯해 주 부의장, 임 의원, 조영연 영양사협회장, 그리고 지도자급 영양교사, 학교 영양사들이 현수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손학규 대표와 주승용 부의장은 촬영 직후 곧바로 간담회장을 떠났다.

한 정당의 대표와 국회 부의장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들르기로 결정했으면, 최소한 5분만 시간을 내 간담회 성격을 미리 파악하고 왔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앞섰다. 예비지식이라도 조금 갖고 왔어야 했다.

특히 잘모르는 일이라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안타까움도 컸다. 조금 더 짬을 내 주제발표 정도는 귀담아 듣고 갔어야 했다는 실망감마저 들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영양교사, 학교영양사들의 표를 의식한 참석과 발언이라면 더더욱 그랬어야 했다.

그들이 처한 입장을 헤아리려는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성사여부를 떠나 최소한 그들에게 ‘개선되도록 힘쓰겠다’며 희망을 주는 메시지 정도는 남겨주었어야 옳다. 노심초사 학교급식에 적합한 산안법 적용 개선방안을 찾느라 모인 그들에게 보여줄 공당으로서의 자세는 결코 아니었다.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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