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들 “사실과 다른 내용 너무 많아 문제”
KMI, 거듭된 해명 촉구에도 3개월째 묵묵부답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KMI, 원장 양창호)가 지난 1월말 펴낸 ‘학교급식의 수산물 이용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가 구설수에 휩싸였다. 보고서가 “사실과 너무 달라 현실을 모른 채 급조된 듯해 연구 배경이 미심쩍어 어떤 저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서울학교급식식자재연합회(회장 김영수)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연구보고서 발표 직후 내용 중 사실과 다른 상당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해명을 촉구했지만, KMI는 3개월이 지나도록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연합회는 “KMI 보고서가 학교급식의 납품 규정ㆍ기준에 맞춰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설비 등 막대한 투자를 통해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수산물을 납품하고 있는 20~30년 업력의 수산물업체들 사업의욕을 꺾고 명예를 떨어뜨렸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연합회는 이 문제를 조만간 관계 요로에도 전달할 계획이어서 KMI 보고서를 둘러싸고 작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연구배경을 의심받고 있는 KMI연구보고서 요약본 표지.
KMI는 연구보고서에서 △현재 학교급식 유통구조 하에서는 수산물의 품질 및 신선도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고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은 유령업체, 부적격업체가 난립하고 있으며 △수산물은 학교급식지원센터, 공동구매 등을 통해서도 산지 직거래 도입이 어려워 직접적인 품질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논지를 폈다.

보고서는 이어 학교급식은 (일본의) 방사능 수산물 유통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정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미비해 ‘수산물 전문 학교급식지원센터’(가칭 학교급식 수산물유통지원센터) 같은 ‘수산물 공적 조달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연합회는 이와 관련 “보고서의 주장은 기존 공급업체를 배제하고 학교급식용 수산물의 생산단계에서부터 가공, 유통, 납품 등에 이르기까지 통합관리하는 전문 학교급식센터를 만들어 독과점 형태로 공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 향후 사업판도를 크게 걱정하는 업체들의 궁금증을 풀어 달라”고 KMI에 해명을 요청했다.

“학교급식 수산물 납품과정ㆍ업체 사정 등 잘 모르고 작성한 듯”

연합회는 또 사실과 다른 보고서의 여러 가지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KMI의 답변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회의 대체적인 의견은 KMI가 학교급식 납품과정 등 현실에 대해 제대로 모른 채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평가한다.

연합회는 먼저 ‘수산물이 생산 후 위판돼 유통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특성’이라고 적은 보고서에 대해 “국산 수산물은 위판장에서 경매로 바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반박했다.

또 ‘품목별로 용어가 달라 영양(교사)는 주문에 어려움을 겪으며, 구매 요구사항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교육청 나이스 프로그램 사용으로 소통이 안되는 용어는 없으며, 구매 요구사항이 잘 전달돼 급식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보고서가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냉동상태로 납품되기 때문에 식재료 품질을 판단하기 어렵고, 해동된 후에는 반품이나 교환이 어렵다’는 부분과 관련 “수산물의 검수방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일반실험법 성상(관능검사)에 나와 있으며, 영양(교)사가 식품 전문가임에도 품질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보고서가 오히려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MI 연구보고서 내용 일부.
이어 “수산물 납품업체들은 열을 가해 익힌 후에도 학교 측이 문제제기를 하면 반품ㆍ교환처리해 줌으로써 원활하게 급식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해동된 후에는 반품이 어렵다고 단정 지은 보고서는 급식학교와 영양(교)사, 업체들의 역할과 기능,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연합회는 서울지역 학교급식에 농수축산물 식재료 납품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는 2018년도 평가서를 통해 모든 업체의 품질관리 분야를 ‘매우 우수’로 판정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HACCP 인증제나 수산물이력제, 원산지 표시 등 수산물 유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거론한 보고서 내용과 관련 “민간이나 국가, 공공기관들이 성실하게 수행하는 유통시스템이 전부 잘못됐다는 식의 논지는 엄청난 오류”라며 연합회는 ‘유통시스템의 불신’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촉구했다.

유령업체ㆍ위생시설 부적격업체 난립? ‘터무니없는 얘기’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에서 납품업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재해 유령업체, 위생시설 부적격업체가 난립되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평가절하했다.

연합회는 “eaT상의 수산물 업체등록은 엄격한 회원 심사과정을 거쳐야 하며, 인증정보, 식약처 HACCP 인증서, 기본 업체서류, 영업허가증, 각종 신고증, 차량정보, 생산물책임보험, 종사원의 건강진단결과서, 정기 방역소독필증(작업장, 차량), 위생교육필증, 품질인증서, 자동차등록원부, 운전자 위생교육 이수증, 업체의 시설 사진, 공급업체 소개 등 갖가지 서류를 eaT에서 검토ㆍ관리하며 서류상 미비점이 있으면 학교와 업체 간에 입찰이 이루어질 수 없는 관리체계”라고 설명했다.

KMI 연구보고서 내용 일부.
“연구 보고서가 일반 수산물 공급업체들이 비린내 나고, 위생수준이 낮은 데서 생산된 저품질ㆍ저급한 생선을 공급,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오인케 하고 있다”고 연합회는 반발했다. 현재 부적격ㆍ부정당업체는 학교급식 포털사이트에 실명이 공개되며, 사실상 eaT에서의 응찰 자체가 불가능하다.

연합회는 “eaT에서 학교급식 수산물의 입찰공고, 응찰, 개찰, 낙찰, 전자계약 등의 절차를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그 같은 내용은 결코 담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수산물 반입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는 내용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는 것이 연합회의 견해.

실제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은 학교에서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음.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산물품질관리원, 수산과학원 등의 기관에서 철저하게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해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수산물 납품업체는 외부 검사기관에 방사능 검사를 의뢰해 안전성이 확보된 수산물을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연합회는 “납품업체의 노력과 공공기관들이 엄정하게 방사능 검출 여부를 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MI 연구보고서가 ‘관리체계가 미비하다’고 적어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신설이 시급하다는 ‘수산물 전문 학교급식센터’에서 학교급식 이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영양(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도록 한다’는 보고서의 방안은, 청렴도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는 학교급식의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책상 위의 발상’이라고 연합회는 지적했다.

서울학교급식식자재연합회는 일정 기간 KMI측의 답변을 기다리다가 해명이 없을 경우, 정보공개 청구, 내용증명 발송, 행정소송 제기, 명예훼손죄로 고소 등 법적 대응도 심도있게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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