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전문 학교급식유통센터’ 설립 움직임
학교급식법 일부 개정 통한 법ㆍ제도도 추진
“공공기관 학교급식 간섭 심해” 반발도 많아

학교급식에 새로운 기류가 가시화되고 있다. 여러 가지 식재료 중 수산물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조용한 움직임이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어 현재로선 연결고리를 특정하기 어렵다. 아직 확실한 실체로 드러나지 않은 탓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기류가 감지된다는 것. 이 기류는 조만간 구체적인 형태로 공론의 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견된다.

학교급식 식재료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학교급식과 관련 몇가지 제도적인 장치가 잇따라 준비되고 있다. 질서 정연하게 순차적으로 나타난 이 같은 움직임은 무엇인가 내막이 가진 것처럼 보여 궁금증을 지어낸다.

수산물 공적조달 시스템 필요성 제시

한국해양개발원(원장 양창호, KMI=KOREA MARITIME INSTITUTE)은 지난 1월말 ‘학교급식의 수산물 이용 활성화 방안’이란 제목의 ‘현안보고서’를 작성, 발표했다.

연구보고서의 핵심이자 결론은 수산물의 생산단계에서부터 위생과 품질을 제고하기 위해 ‘수산물 공적 조달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 수산물 전문 학교급식지원센터(가칭 학교급식 수산물유통지원센터, FPC)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FPC는 수산물종합처리장(fish processing complex)을 말한다.

KMI가 제안한 학교급식 수산물 안전성 강화 방안.
보고서는 “최근 학교급식의 공공성 제고를 위한 학교급식지원센터, 공동구매 등 공적 조달방식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지만 대부분 물류ㆍ유통기능에 국한돼 있다”면서 “수산물은 대부분 냉동으로 납품되는 특성상 물류 인프라만으로는 직접적인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가칭)‘학교급식 수산물유통지원센터’는 납품업체 선정부터 안전성 검사 등을 자체적으로 실시, 수산물의 품질을 직접 관리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식재료 유통ㆍ물류 기능 외에도 식생활 교육이나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한 체험활동 등 다양한 정책ㆍ교육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급식 수산물의 기존 유통체계 개선과 방사능 검사 등 안전성 관리 강화 등을 통한 품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수산업, 어촌과의 상생 도모라는 틀 안에서의 정책적 지원이란 명분도 담겨 있다.

국회에서의 연이은 ‘학교급식법 일부 개정 법률안’ 발의

KMI 연구보고서 발표 이후 3~4월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개정 법률안 3개가 연이어 발의됐다. 이들 법률안은 공통적으로 학교급식에 식재료 비용을 지원하는 품목에 수산물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들에게 품질이 우수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ㆍ보성ㆍ장흥ㆍ강진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월 12일 ‘학교급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학교급식 경비 지원 대상에 수산물도 추가하고, 자치단체장이 식품비 및 시설ㆍ설비비 등 급식에 관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임의’에서 ‘강행’으로 변경해놓았다.

이어 지난 4월 2일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ㆍ무안ㆍ신안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도 ‘학교급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발의 내용은 수산물도 경비 지원 품목에 추가시키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부터 국내산 농수축산물 사용을 위한 경비를 지원받은 경우 국ㆍ공립학교의 장은 학교 소재 시ㆍ도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 또는 국내산 농수축산물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서울 광진구갑,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월 8일 ‘HACCP 인증업소에서 제조ㆍ가공한 식재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을 규정한 ‘학교급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전남 광양,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이 2016년 발의한 ‘학교급식법 일부 개정 법률안’(학교급식 식재료로 국내산 농수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 삽입)은 무산됐다.

교육위원회의 심의 결과 WTO 상품협정(GATT) 또는 보조금협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학교급식법 원안(식재료의 품질관리기준 그 밖에 식재료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령으로 정한다.)으로 수정됐다.

서울 은평구가 지난해말 가진 학교급식 수산물 공급업체 선정 평가회.
홍주홍ㆍ서삼석ㆍ전혜숙, 세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들은 모두 국회 소관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중 홍주홍ㆍ서삼석 의원의 법률안은 WTO 상품협정(GATT) 또는 보조금협정에도 합치한다. 국ㆍ공립학교에서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하는 경비로 우리 농수축산물을 구입하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국내외적으로 합법적인 수산물 경비지원의 틀을 마련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추진될 경우 비용 부담 등 예상되는 걱정들

이들 법률안이 만약 국회 의결을 거쳐 정부 공포에 이어 시행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각 시ㆍ도교육청들은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그 규모는 추산하기 어렵다. 국회 예산처조차 이들 개정 법률안에 대한 비용추계를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급식 수산물 구입경비 지원에 대한 여러 움직임들은 하나로 이어져 있는 듯이 보인다. 서울의 서울친환경유통센터와 같은 수산물 전문 학교급식유통센터를 새로 설립하기 위한 논리와 명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법적ㆍ제도적 수단들을 갖추고 있는 사안으로 비쳐진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현실로 구체화될 경우 생겨날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걱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의 학교급식 간섭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반발도 번지고 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될 지방자치단체와 시ㆍ도교육청들의 짐작조차 못할 정도의 대규모 비용 추가지출 문제가 큰 논란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급식 식품비 상승에 따른 품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란 걱정도 있다. 지금도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과 전국 학교급식지원센터 등은 단순한 식재료 조달과 유통기능만을 수행하면서도 수수료 징수, 납품가격 깎기 등의 지적과 비판을 받고 있는 터에, 수산물 전문 학교급식유통센터도 학교와 공급업체 등에게 수수료를 부담케 할 것이 분명한 탓이다.

학교급식 수산물 경비까지 지원하는 정책들은 과연 실현될 것인지, 또 법제화되고 본격 추진된다면 주체는 누가 되고 비용규모와 유통ㆍ공급방식 등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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