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자 영양교사 “인력ㆍ재정확보, 방법, 등 선결돼야”

김옥자 서울 대치초등학교 영양교사(전 서울시영양교사회장)는  “아침급식은 명분상으로 분명히 좋은 것은 맞지만 물리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과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 주최하고,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주관해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한 ‘학생 아침급식 확대 방안’ 토론회에서 김 선생은 토론자로 참여, 학교급식 현장 실태와 아침급식 시행 전에 필요한 사항, 문제점들에 조목조목 세밀하게 설명하고 제안했다.

김옥자 영양교사
김 선생은 “학교급식에 대한 교육적 개념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뒤 조리 인력 확보와 영양사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비롯해 중ㆍ고등학생의 수면과 휴식 부족 해소, 아침 수업시간 문제, 가족식사 감소에 따른 정서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는 “1식 3찬을 제공하는 우리 학교에서는 교육급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건강한 식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식단에 식품첨가물을 지양하고 직접 공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
아침 간편식을 직접 할 것이냐? 외부 운반이냐에 따라 기본 식단은 달라지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간편식을 제공한다면 학교급식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생은 “(직접 학교에서 시행한다면) 조리 인력이 확보돼야 하고, 담당자인 영양(교)사에 대한 행정적인 지원이 우선돼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학생수가 많은 학교에도 지원이 미비한 상태”라며 “우리 학교도 하루 1,700명의 급식을 나 혼자 실시하고 있을 정도인데 여기에 아침급식까지 들어온다면 행정적인 업무 분담은 과포화 상태가 된다”고 토로했다.

자신도 중학생과 고3 학부모라고 밝힌 그는 “학생들이 아침을 안 먹거나 못 먹는 이유가 저소득이 아니라 수면부족 때문”이라 진단하고 “전날 밤 12시나 1시까지 공부하고 아침 쉬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식사를 못하고 있는데 과연 학교 아침급식을 위해서 조기등교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 한다”며 초등학생과 중ㆍ고등학생이 처한 현실의 차이를 거론했다.

토론석의 김옥자 영양교사(오른쪽 네번째)
김 선생은 “담임선생님들의 수업 시간 전에 아침 식사시간을 확보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안된다면 수업을 방해할 우려가 크다”며 “그것이 아침급식에 대해 교사들 중 95%가 반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학교급식은 일반 음식점과 달리 매우 높은 수준의 위생환경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9월 풀무원 계열 푸드머스가 일으켰던 대형 식중독 사고를 상기시키고 완제품 납품형태에서 식중독이 발생해 학생들 건강을 위협한 사례를 들며 걱정을 나타냈다.

또 “완제품 제공형태는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김 선생은 “아침급식으로 간편식에 길들여진다면 그렇지 않아도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 등 외부 음식에 길들여진 학생들의 입맛이 점점 더 거기에 길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면서 “완제품은 여러 첨가물이 더해지고 학생들의 기호도에 맞게 발전해가는 경향이 있고, 완제품이 외식 선호로 가지 않을까 교육적 차원에서 고민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등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하루 세끼를 급식으로 해결하면 가정교육 부재가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급식보다 가정에서의 식사와 그 영향력이 더 중요한데, 가정에서의 식사를 통한 건강한 인성을 기르는 그런 기회를 우리가 뺏지 않을까 하는 문제도 심도있게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선생은 마지막으로 “쌀 소비가 교육보다 앞설 수는 없는 것이고 학교급식은 항상 교육급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기본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며 “(아침급식 제공이) 교육급식의 근간을 흔들면 안 되고 그 안에서 여러 연구가 있어야 하고, 현장의 의견을 들어보고, 시행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현 상태에서부터 같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전제를 해결하고 나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e프레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