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현 서울대 교수 ‘식품영양학적 북한 이해’(하)
정부 ‘영양플러스사업’ 등 추진도 적절한 전략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대한영양사협회의 정기간행물「국민영양」최근호에 기고한 ‘북한 이해-식품영양학적 접근’ 주제로 두 번째 글.

윤지현 교수
통일 한국의 의미있는 대북 영양정책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남북협력 차원으로 이뤄져야 한다. 북한을 상대적으로 열등한 입장에서 수혜를 주기보다 북한이 스스로 영양실태를 개선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과거 북한과 비슷했던 영양결핍 상태를 극복하고 식품 및 영양안보를 스스로 확보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영양개선사업, 보건복지부의 영양플러스사업,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사업 등의 노하우를 북한 실정에 맞게 변용, 적응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북한 주민의 영양개선사업은 보건의료뿐만 아니라 농ㆍ축ㆍ수산업 및 식품산업 차원으로 이뤄져야 한다. 어떤 농ㆍ수ㆍ축산식품을 생산하고, 이를 어떻게 가공ㆍ저장해 식량안보를 확보하면서 영양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식품 전문가와 식품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북한 주민의 요구와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007년 우리 정부가 북한의 임산부와 영ㆍ유아지원사업을 진행할 당시 북한 전문가는 북한 주민의 식생활에서 지방이 극심하게 부족한 현실을 호소하며 콩기름 지원을 시종일관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이미 기획된 우리 정부의 계획에 반영되지 못했다.

북한 영유아(5세 미만)의 연도별 영양불량률 변화.
앞으로 북한 주민 영양개서사업은 불특정다수가 아닌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취약계층은 2세 미만의 영ㆍ유아와 임산부를 들 수 있다.

영ㆍ유아의 경우 만 2세 이전에 적절한 영양보충이 이뤄지면 이후 나이가 들수록 양호한 성장을 할 수 있으나, 이 시기를 놓치면 뒤처진 성장ㆍ발달을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산부의 경우도 건강하지 못한 여성은 다시 왜소한 아이들 출산하게 됨으로써 악순환을 부르게 돼 임산부의 영양상태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통일 한국을 위한 영양사의 역할

탈북민들이 3개월 동안 머무는 ‘하나원’의 교육과정에는 식생활에 대한 교육이 빠져 있다. 탈북민들의 지역정착을 지원하는 전국의 하나센터나 기타 복지관에서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조리, 영양ㆍ식생활교육이 이뤄진다면 남한 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양사로서 이러한 봉사활동 참여하는 일도 보람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유엔이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지원에 나섰다는 YTN 보도.
한달에 1만~2만원 정도의 대북협력 민간단체(NGO)를 후언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후원과 함께 대북협력 소식지를 받아보면서 북한의 실상을 더 잘 알게 된다.

단체급식이나 임상영양 현장이 아닌 연구소나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교수라면 NGO의 대북협력사업에 영양전문가로 참여하는 방법도 제안해 본다. 비교적 규모가 큰 국제NGO의 영양전문가가 부재된 채 대북협력사업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90년대 말 장남수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북한 현지에 콩우유공장 건립을 통한 두유 지원을 자문했던 사례는 영양전문가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보여준 모범사례였다.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에 영양사가 배치되고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설립되는 그 날, 북한의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가 남한에 분소를 운영하는 그날... 상상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

* 윤 교수는 글을 마치면서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사실 검증이 어렵고, 김정은 체제 이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기에 오늘의 북한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남북관계 속에서 영양사들의 통일 준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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