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동부중학교 등 6개 학교 공동식단 운영
건강한 식문화 발전 이끄는 <뉴트리앤> 탐방

하남시 관내 6개 학교는 지난 6월부터 학교급식에 공동 식단을 본격 도입했다. 경기도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공동체 의식함양은 물론, 기존 틀에서 벗어난 색다른 식단까지 제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동식단이 이뤄지는 급식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6개교 중 하나인 동부중학교를 찾아간 <뉴트리앤>의 기사를 ‘급식뉴스’가 옮겨 실었다. <뉴트리앤>은 “건강한 식문화 발전을 위한 급식전문지”를 표방하는 월간잡지로 학교급식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한달에 여섯 번 동일한 식단을 제공하는 하남시 6개 학교

“9월 절기음식은 무엇이 좋을까요?”
“알아보니 추어탕이 주로 나오더라고요. 날씨가 쌀쌀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추어탕은 학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나요?”
“시중에 판매하는 것처럼 산초가루를 넣으면 향이 강해서 못 먹을 거예요.”
“산초가루를 빼고 구수한 풍미를 살리면 무난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했더니 학생들이 된장국인 줄 알고 잘 먹더라고요.”

하남 동부중학교 한 교실에 모인 6명의 영양 선생님은 ‘절기음식의 날’ 식단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폭풍 같은 점심시간을 마친 영양 선생님 6명은 숨을 고르기도 전에 부리나케 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공동 식단 때문이었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은 교육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기 위해 경기도 초·중·고를 대상으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권장하고 있다.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하남 신장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학교급식과 연계한 공동 식단을 제안했다. 몇몇 학교가 동일한 식단을 운영하면 학교 간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건 물론, 학생들에게 색다른 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것. 게다가 학교 간 급식 편차까지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하남시 6개교의 영양 선생들은 매달 한번씩 모여 공동 식단 6가지를 개발한다. 왼쪽부터 이지혜, 김연희, 조은미, 임재롱, 안은혜, 김나영 선생.
교장선생님은 곧바로 이 아이디어를 이지혜 영양 선생님에게 제안했고, 영양 선생님은 평소 친분 있던 선생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당시 영양 선생님들은 공동 식단을 결정하기까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다.

신장중학교 안은혜 영양 선생님은 “같은 행정구역에 있어도 학교마다 급식 운영 방식은 똑같지 않아요. 학생의 입맛, 교직원의 취향, 급식 시설의 수준, 조리 종사자의 기술 등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죠. 다양한 변수를 생각하면 과연 공동 식단이 가능할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6개 학교는 특성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공동 식단을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라며 논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에 하남시 영양선생님 6명은 뜻을 모아 마을교육공동체를 위한 공동식단협의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지난 6월부터 남한중학교, 덕풍중학교, 동부중학교, 신장고등학교, 신장중학교, 풍산고등학교 등 하남시 관내 6개교는 세계음식의 날, 절기음식의 날, 향토음식의 날, 다문화 식단, 웰빙 식단, 생일 식단 등을 공동 식단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달에 6번 공동 식단을 운영하려면 식단 회의가 필수다. 각 학교의 급식 환경이 동일하지 않고, 영양선생님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 따라서 영양 선생님들은 한 달에 한번씩 모여 각자 고민해온 메뉴와 레시피를 공유하고, 메뉴의 적절성, 식재료 사용 가능여부 , 각 학교별 조리 방식 등을 의논한 다음 식단을 결정한다.

학생의 흥미를 자극하고 학부모 관심을 유도하는 공동 식단

“오~ 장어다. 오늘 장어 나온다!”
점심을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동부중학교 학생들이 배식대를 보더니 술렁이기 시작했다. 수북하게 쌓인 장어를 보고 난 뒤 절로 나온 반응이었다. 이날 동부중학교 급식에 귀하디귀한 장어가 나온 이유는 일본을 테마로 한 다문화 식단을 준비하면서 장어덮밥(우나기동)을 메인으로 제공했기 때문. 식단 구성은 장어덮밥(우나기동), 두부미소시루, 떡꼬치, 깍두기, 요구르트였는데, 이 역시 공동식단협의회를 거쳐 만들어진 공동 식단이었다. 공동 식단을 제공한 뒤에는 선생님들끼리 학생들의 반응을 공유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오늘 장어덮밥은 어땠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다들 잘 먹더라고요.”
“확실히 장어를 먹는다는 건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인 것 같아요.”
“맞아요. 어떤 선생님은 교직 생활하는 동안 급식에서 장어를 먹어본 건 처음이라고 좋아하셨어요.”
“저희 학교에서는 덮밥보다 그냥 장어구이가 더 좋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공동 식단으로 개발한 동부중학교의 ‘다문화 식단’.
다문화 식단을 제공한 이날뿐 아니라 공동 식단이 나오는 날은 대체로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영양 선생님들은 말했다. “이번 달에는 공동 식단으로 나오는 날이 언제냐고 물어보는 애들도 있어요. 공동 식단을 기다리더라고요(웃음)”라며 김연희 선생님이 말하자 임재롱 선생님도 공감했다. “학생도 좋아하지만, 교직원도 긍정적이에요. 학부모의 관심도 높아졌고요. 우리 학교가 이렇게 재밌는 사업을 하냐며 반가워하는 눈치죠.”

그러자 안은혜 선생님은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용해 식생활교육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6개교 모두 공동 식단을 운영하는 날에 세시풍속, 향토음식, 절기음식에 대해 설명한 글을 게시해요.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 보니 여느 게시물보다 잘 읽는 편이고요. 게시한 내용으로 퀴즈를 내고 정답을 맞춘 학생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렇듯 공동 식단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일부에서는 공동 식단을 향한 부정적 시선도 있다고 토로했다. 몇 년 전부터 공동 식단이 언급되자 영양사가 식단 짜지 않으면 하는 일이 없는 게 아니냐는 말이 있었던 것. 안은혜 선생님은 “‘공동 식단을 하면 영양 선생님은 편하지 않나요’라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하지만 공동 식단은 하면 할수록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요. 동일한 식단을 준비하다 보니 레시피와 식재료가 더욱 정확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메뉴가 나시고렝이면 소스는 어떤 레시피로 만들 건지, 어떤 소스를 구입해야 할지도 함께 고민하죠”라며 반박했다.

또한 조은미 선생님은 공동 식단이어도 학교마다 100% 똑같지 않다고 밝혔다. “공동 식단을 제공한 날에는 채팅방에서 사진을 공유하는데 학교마다 조금씩 달라요. 급식 시설과 조리 종사자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 차이를 보면 저희도 신기해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회의할 때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 의논한다고 임재롱 선생님은 말했다. “영양 선생님마다 본인만의 스타일이 있어요. 약간 다른 방식을 제안하면 서로 그걸 수용하기까지의 과정이 어렵죠. 그러다 보니 조리 지시서에 작성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성도 높은 공동 식단을 위하여

하남시 6개교의 공동 식단이 순항하는 데는 영양 선생님들이 의기투합한 덕분이지만, 이 바탕에는 각 학교 교장 선생님의 적극적 지지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하남 동부중학교 임재롱 영양 선생님은 주지태 교장 선생님의 지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교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교장 선생님은 최대한 지원해주세요. 공동 식단을 제안했을 때도 흔쾌히 받아주셨고요. 새로운 시도에 대해 늘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시니 감사하죠.”

이에 주지태 교장 선생님은 “중학생만 되어도 밥이 맛없으면 전부 남기거나 아예 밖에 나가서 사 먹어요. 근데 임재롱 선생님은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서 급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끔 하죠. 학생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직접 적을 수 있도록 교내 곳곳에 종이를 붙여놨어요. 그 중 선정된 메뉴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맛점밥상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고요. 그런 노력 덕분인지 선생님이 복직한 3월 이후로는 잔반이 줄었다는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영양 선생님을 믿고 최대한 지원해드리는 것이죠”라며 영양 선생님에 대한 믿음을 표현했다.

하남시 공동 식단이 모범 사례로 남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영양 선생님들은 밝혔다.

동부중학교 주지태 교장과 임재롱 선생.
조은미 선생님은 최근 생선을 활용한 피시데이 식단을 제공한 이후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원래 학생들이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데, 피시데이를 운영한 이후로 피시데이가 아닌 날 생선을 제공하면 불만의 목소리가 너무 많아요. 영양사인 저희가 피시데이에 매여서 평상시에 생선을 제공하기 어려워진 셈이지요. 내년에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려고요.”

임재롱 선생님은 공동 식단에 대한 열의가 넘치다 보니 식재료 단가가 높아지는 것 역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더 나은 재료를 찾거나 평소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주문하니까 단가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의미에서 공동 구매까지 이어지면 좋을 텐데, 아직 어려운 점이 많죠. 행정 지원을 요청하긴 했는데, 업체 적격심사하는 데 부담이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공동 식단이 진정 빛을 발하려면 공동 구매까지 뒷받침 되어야 하는 만큼 앞으로 보완이 가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동 식단을 통해 늘 고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색다른 식단을 제공할 수 있고,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며, 학부모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지만, 영양 선생님에게는 일이 추가로 늘어나고 없던 고민까지 생겨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수고를 감수하면서 공동 식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영양 선생님들에게 물었다.

김나영 선생님은 “학교급식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져요. 여럿이 모여 학교급식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그걸 토대로 급식을 운영하고, 문제점은 보완하면서 혼자일 때는 몰랐던 걸 알 수 있지요. 새로운 메뉴·조리 방법·식재료를 알게 되고 학교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배울 수 있어요. 단체급식 운영 전반에 대해 시야가 넓어지는 거 같아요”라며 공동 식단 운영이 주는 의미를 정리하자 다른 선생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안은혜 선생님은 공동 식단이 제대로 정착한다면 새로운 도전도 가능할 거라고 내다봤다. “공동 식단 자료를 1년만 모아도 70가지예요. 다른 학교에서도 많이 실시하는 식단 위주고요. 이걸 모아 식단 자료집을 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당장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계속 자료를 쌓는다면 머지않은 시점에 실현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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