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온라인 소통 채널이 되도록 노력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 학교에 발령받은 새내기 영양사가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최대한 그 분들에게 많은 힘이 되어 드리고 싶어요.”

2007년 7월 7일 개설, 10년 넘도록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djatn159)에 포스팅을 하고 있는 서울 석관중학교 엄수환 영양사. ‘블랙 스완’이란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그는 누구에겐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하루도 빠짐없이, 습관처럼 블로그 ‘글쓰기’창을 열어 다양한 콘텐츠, 정보들을 갈무리한다. 그의 블로그에는 하루 수백명이 방문하고 있다.

엄수환 영양사 블로그 초기화면
엄수환 영양사의 블로그 포스팅은 가족ㆍ친구처럼 늘 곁에 있어 이미 오래 전에 습관이 돼버렸고, 생활의 일부로 굳어져 버렸다.

- 무슨 마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을까요?
▶ 처음에 블로그를 시작했던 이유는 오늘 내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어떤 느낌과 감정으로 일과 사람들을 대했는지 등등 하루를 정리하며 쓰는 기록, ‘일기’였어요. 경력이 많지 않아서 매일 일기를 쓰면 훗날 반드시 도움이 될 것 같았고 힘들었던 이야기도 적으며 저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구요. 지금보다 더 경력이 적을 때의 일기를 돌아보면 하루하루가 참 다사다난했던 것 같아요. 일기의 장점 중 하나는 돌이켜 읽을 때마다 한걸음씩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데 있다는 것을 실감해요.

- 블로그를 운영하면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 아닐 텐데요.
▶ 지속적으로 열의를 갖는 문제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때론 근무 후에 너무 피곤해서 귀찮을 때나, 친구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하루 정도는 빼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힘들어요. 하지만 제 여가시간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최대한 퇴근길에 포스팅을 마치는 편입니다.

- 반대로 보람차고 흐뭇했던 경험도 적지 않을 듯해요.
▶ 제가 만든 급식을 보면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다른 영양사분들을 만나게 될 때에요. 학교 영양사 업무는 이론으로 배운 영양사의 업무와 너무 달라 실무를 경험하지 않으면 홀로 습득하기 어려워요. 사실 저도 학교 실무 경험있는 대학교 동기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온 거거든요. 그래서 꽤 많은 학교 초임 영양사분들이 찾아와 종종 도움을 요청하시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채 학교로 투입되었을 때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 분들에게 많은 힘이 되어 드리고 있어요. 도움을 드렸던 분들이 이따금씩 다시 찾아와 안부를 물으실 때 그게 참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학생들이 어찌어찌 알고 제 블로그를 깜짝 찾아왔을 때에도 무척 반갑죠. 사실 다른 SNS 계정에 제 블로그 링크를 소심하게 걸어놓긴 했지만, 제 블로그까지 구경오는 아이들은 극소수거든요. 그런데 특히 친했던 학생들이 놀러 와서 댓글을 달아주면 쑥스럽기도 하고, 기분 좋기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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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통해 피급식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영양사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드리고 싶다는 엄수환 영양사.
블로그 콘텐츠 중에도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 ‘정보’에요. 제 블로그에 방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급식에 관련된 콘텐츠만 준비해둔 게 아니라 식단(급식일기), 영양교육자료, 그리고 저의 여행일기도 공유하고 있어요. 다른 분들이 제 블로그에 방문하셨을 때 좋은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어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죠. 물론 아직 턱없이 부족한 정보이지만 꾸준히 포스팅하다 보면 자료들이 쌓여 다른 사람들의 단골 블로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러길 원해요.

- 쌤의 블로그가 어떤 영향력을 갖길 원하나요?
▶ 블로그 시작이 ‘일기’였기 때문에 큰 영향력 같은 건 염두에 두고 있진 않아요. 그저 블로그를 관리하며 즐겁고, 뿌듯하고 방문자들에게는 유익하고 필요한 소통ㆍ정보공유의 온라인 공동체(커뮤니티)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 쌤의 블로그가 보다 진보된 방향으로 발전하길 원하시면... 그건 어떤 형태일까요?
▶ 많은 소통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양(교)사들 끼리만의 소통만이 아니라 다른 예비 영양(교)사 분들, 그리고 더 넓게 피급식자인 학생과 학부모들께도 영양사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일은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드리고 싶어요!

- 영양(교)사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 듯한데…..
▶ 우리가 저평가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서 “식단만 짜면 되잖아?”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영양(교)사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받는 부담감, 그리고 우리가 맡은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스스로만 알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지만 이 또한 반드시 감내하고 영양(교)사가 꽃 피울 날을 함께 기다렸으면 좋겠어요.

이스라엘 출신의 헐리우드 배우 ‘나탈리 포트만’(극중 인물 니나)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블랙 스완’은 완벽함을 향한,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인물의 치열한 삶을 그려내고 있다. 원래 ‘블랙 스완’은 실제로는 쉽게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되지만, 일단 그 사건이 발생하면 파장이 큰 경제현상을 나타내는 용어이지만.

영양교사 임용고사를 준비 중이라는 ‘블랙 스완’ 엄수환 영양사가 10년 넘게 블로그를 운영하며 보여준 끈기와 인내, 성실함은 그를 더 완전해져가는 흑조(黑鳥)로 변신케 할 것이란 예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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