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홍신애씨가 BCM미디어와 SBS 아나운서 이혜승씨를 상대로 낸 300만원 상당의 저작권료 등 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이광영 부장판사는 “BCM미디어는 홍씨에게 3만750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주 요리책 저작권료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 같은 법정공방과 판결이 적지 않은 관심을 모은 가운데 ‘레시피’의 저작권 유무가 다시 한번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하면서 공들여 창안한 ‘나만의 레시피’는 저작권을 갖게 될까?
만약, 다른 사람이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요리를 만들어 판다면 나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일까?

한국저작권위원회와 법조계의 자문과 설명을 듣고 결론을 내리면, ‘레시피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기능적 설명 또는 아이디어일 뿐이라 그 자체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의미하며, 여기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보호대상이 아니라 그 ‘표현’이 보호대상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사상이나 감정 그 자체로는 보호가 되지 않으므로 본인이 독창적인 표현기법 등을 창작했다 할지라도 아이디어나 방식, 기법 등은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요리 레시피의 경우, 요리방법은 보호대상이 아니므로 해당 방법을 이용해 요리를 만들어서 이를 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식당업을 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방법을 표현한 글이나 그림, 사진을 그대로 복제해 이용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저작권위원회는 밝혔다.

백종원 요리연구가의 레시피 소개 한 장면.(tvN 화면 캡처)
조이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남기웅 변호사도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그 보호대상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레시피와 같은 소재나 아이디어 등은 보호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미국 오하이오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레시피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대상 레시피에 대한 임의사용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레시피들을 담고 있는 ‘요리책’은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남 변호사는 “저작권법 제2조 제18호에서는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 또는 구성에 창작성이 있는 편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 인정ㆍ보호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레시피를 문장이나 그림 또는 사진의 형태로 표현한 요리책은,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고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다면 편집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으며, 미국의 저작권청과 법원 역시 요리책의 경우 우리 법과 동일하게 판단하고 있다.

‘레시피 개발’을 발명으로 보고 특허를 낸다면?

삼진식품의 경우 ‘초코 찰떡파이’를 1997년 3월 특허를 출원하고, 1999년 5월 특허등록을 마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레시피 자체가 발명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초코 찰떡파이의 경우, 식품의 시간경과에 따른 미생물의 번식을 차단하는 공법 등 부패방지 기술에 대한 특허를 받은 것이지 레시피 자체가 특허를 받은 것은 아니다.

결국 음식의 재료나 혼합과정, 여기에 사용된 기술 등이 레시피의 특허 등록 가능 여부의 쟁점이 된다. 일반적인 레시피가 아닌 ‘고도의 기술’이 들어간 레시피 또는 공법만이 특허로 인정돼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시간과 돈이 들어간 레시피 개발, 보호받는 방법은?

그래도 내가 만든 레시피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게 아니라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 법으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없을까?

남 변호사는 “그런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일반적으로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워 그만큼 특허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방송에서 대중에게 공개하는 레시피를 저작물로 여기거나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식당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레시피를 종업원 등이 다른 곳에서 상업적으로 사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해당 레시피가 영업비밀에 속한다는 점을 사전에 종업원에게 미리 고지하고, 비밀유지서약서 등을 받는 등 레시피 소유자가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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