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행위 근절 획기적 대책 불구 “현실 감안” 민원거세
aT 사이버거래소, 7월 시행 안내 고지해 놓고도 진퇴양난

학교급식에 각종 식재료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들을 뿌리뽑을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 등록업체들의 배송차량이 아닌 일반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학교급식재료 납품행위 차단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셈이다.

사이버거래소장 이름으로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에 올라 있는 안내문.
eaT시스템을 운영 중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이병호) 산하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소장 오형완)는 최근 시스템 등록업체들과 각급 학교에 ‘당부 말씀’이란 제목으로 안내문을 공지했다.

불성실 공급업체 근절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지만, ‘학교와 서면으로 합의하지 않고 타 공급업체의 배송차량으로 학교급식 식재료를 납품하는 등 일부 공급업체의 불공정행위 사례’라는 문구가 특별하게 도드라졌다.

이 같은 문구대로 시행할 경우 그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이해 당사자들의 각종 민원 대상으로 지적돼온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영업 △납품업체 공동배송 △낙찰업체 납품권 전매 △본사 계약분 대리점 차량 위임 납품 등 eaT의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불법행위들이 사라지게 된다.

eaT의 공급업체 등록서류심사 기준에는 1개 차량은 1개 업체에만 등록하고 자차가 아닐 경우 화물운송허가증을 첨부하도록 되어 있고, 학교급식 납품업체는 매일 식재료 배송 시 차량번호가 찍힌 온도기록지(타코메타)를 영양(교)사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사이버거래소는 언제든지 서울시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배송차량 학교방문일지를 제출받아 시스템 등록차량으로 납품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인력과 시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각종 불법행위들을 감시ㆍ적발할 수 있게 된다.

eaT공급사 자격제한기준(제9조 회원사 탈퇴 및 자격상실 등)에는 ‘공급사(등록업체)가 구매사(학교)와 서면으로 합의하지 않고 eaT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차량으로 계약을 이행’한 경우 3개월간의 시스템 이용정지를 할 수 있도록 ‘별표 3’의 17항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등록 외 차량 식재료 납품행위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56조(자가용 화물차 유상운송 제공ㆍ임대 금지)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강력한 처벌도 받을 수 있다.

“부작용 우려 유예기간 연장” “즉각 시행으로 투명ㆍ공정성 강화” 대립

서울지역 한 학교에 식재료를 납품 중인 배송차량.
사이버거래소는 2016년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 전자조달시스템 이용약관’을 일부 개정(제8차)하면서 부칙에 2016년 12월 시행을 명시하고,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영업행위금지 관련 시행시기를 2018년 7월1일로 유예시켜 놓았다.

이번 사이버거래소의 ‘당부 말씀’ 공지는 7월 본격적인 시행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교가 2개월분의 학교급식에 사용할 식재료 구매입찰 공고를 올리기도 해 시의적으로 맞는 것.

사이버거래소는 정식 영업허가증을 받은 화물자동차 관련 단체들로부터 잇따라 민원을 받아왔으며, 합당한 자격요건을 갖춰 eaT에 등록하고 정당하게 사업을 하면서도 불법행위들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는 업체들의 시정ㆍ개선조치 촉구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부 말씀’은 그러나 사이버거래소를 또 다른 국면에 빠뜨렸다. ‘당부말씀’이 전파되자 시스템 등록업체들과 각급 학교가 모두 긴장ㆍ동요하고 있고, 시행을 놓고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것.

외부에서는 학교급식 공급계약의 투명ㆍ공정성 확대와 식재료 납품 안전성 강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반면, 학교급식을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영세 식재료ㆍ배송업체들의 즉각적인 퇴출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부작용도 클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어느 것 하나 무시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이란 해석이다.

사이버거래소 내부에서도 7월 시행을 둘러싸고 찬반이 대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세업체들의 즉각적인 영업타격, 원활한 학교급식 배송납품 유지 등을 걱정하는 측은 정부가 추진 중인 ‘1.5t 미만 친환경 화물자동차 사업용 허가’ 시행시기인 11월말까지 유예기간을 한번 더 늦추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반해 사이버거래소가 그동안 밝히고 약속해온 대로 ‘불공정행위 업체들의 차단,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운영’을 강조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사이버거래소는 아직 확실한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 전자조달시스템 이용약관’은 거래소의 내부지침과 같아 간단한 절차를 밟아 다시 수정할 수 있어 늦어도 6월 중순쯤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나올 전망이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자가용 화물자동차 영업금지 유예기간이 끝나는데다 각급 학교의 식재료 구매입찰 공고가 밀려드는 시기이기 때문에 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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