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의 습격

임현정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대외홍보팀 선임연구원.
얼마 전 방송에서 토마토 주스를 만드는 시연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토마토케첩과 물을 믹서에 갈아 완성된 주스를 신선한 토마토를 직접 갈아 만든 것과 똑같다며 간편한 방법을 소개하고 그 영양적 가치를 찬양했다.

그 방송은 평일 오전 아침에 방송되는 비교적 시청률이 높은 방송이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고려하며 ‘에이, 공중파 방송인데…’라며 안도하는 한편, ‘설마…’라며 해당 방송내용에 관한 자문은 사전에 진행된 것일지에 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다.

한편, 방송 뿐 아니라 지금은 개인 누구라도 자기만의 건강비법을 대중에게 쉽게 알릴 수 있다. 나만의 개인 공간을 온라인상에서 구축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내가 보고, 듣고, 접한 모든 경험을 쏟아 부을 수 있다. 선택은 철저하게 독자의 몫인 셈이다.

건강정보 제공자의 역할과 책임

필자가 ‘설마…’라며 해당 내용과 프로그램에 관한 신뢰성에 의문이 든 것은 어쩌면 신뢰할 만한 그 어떤 것의 결여로 귀결된다. 예를 들면,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부보다 마트의 선반 위에 유기농 인증마크를 내건 상품에 소비자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인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해당 방송의 자막에 건강정보 인증마크라도 내걸었다면 어땠을까. 찬반에 관한 의견 대립보다 방송 당일 토마토케첩 판매량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건강정보의 선택이 독자의 몫일지언정, 국가는 최소한의 가이드는 제시해야 한다. 다양한 선택지에서 목적지로 가는 정확한 하나의 길에 가로등 하나 쯤은 비춰줘야 그 선택에도 정당한 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그 최소한의 가이드를 ‘건강약속12’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로부터 ‘국가가 해야 하는 일’로 변화의 시점을 마련했다.

‘건강약속 12’의 시작과 그 의미

‘건강약속12’는 건강증진정책에 대한 국민의 체감지수를 높이기 위한 홍보로 다학제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검증된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건강행동은 알고 있지만 유지가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건강무시증후군’**이라는 신조어를 내걸어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벼운 건강정보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건강정보의 브랜드화를 구축한 것이다.

‘건강’이라는 주제는 획기적이고 시급성이 낮으면 뻔한 내용이 되는 매력치가 낮은 주제이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 밖에 놓아둘 수 없는 점을 감안, 건강기념일 및 평창 동계올림픽과 같은 사회적 관심을 일으킬 수 있는 건강이슈 12개를 선정했다.

‘건강약속 12’는 건강행위를 외면하는 ‘건강무시증후군’을 이겨내고자 한 달에 한 가지씩‘약속’의 의미로 월별 건강정보를 제공한다.

1월은 해마다 결심하는 건강결심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연간 건강캘린더를 제공했으며 2월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재미를 두 배로 즐기기 위한 겨울철 실내운동 방법을 제안했다.

3월~8월은 계절적인 특성과 관련해 신학기 건강, 환절기 건강, 나들이 건강, 감염병 관리, 휴가철 건강, 온열질환 관리에 관한 건강정보로 구성할 예정이다.

9월~11월은 건강기념일과 연계, 정신건강(9.10, 세계 자살예방의 날), 비만예방(10.11, 비만예방의 날), 절주(11월 음주폐해 예방의 달)과 관련한 건강정보를 마련하고 12월은 한 해 동안의 건강약속 이행을 스스로 점검하고자 한다.

거슬러보면 우리 사회는 모르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잘못된 건강정보들의 피해사례를 경험한바 있다. 모든 건강정보를 식별하고 관리하는 것은 어렵지만 최소한 ‘건강약속12’는 단순히 아는 건강에서 국민의 건강실천을 높여 건강한 내일을 여는 올바른 건강정보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건강약속12’의 성과가 기대된다.

** 건강무시증후군이란? =개인이 건강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지는 않는데 대한 인지부조화 상태, 즉 아예 건강에 대한 정보나 행동지침을 외면해 버리는 행위를 증후군이라 칭할 만큼 위험한 질병적 요소가 있음을 빗대어 건강한 행동의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만든 용어이며 의학적 개념은 아님.

[이 글은 정부가 운영 중인 ‘공감코리아’(www.korea.kr/celebrity)에 실린 임현정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선임연구원의 칼럼으로 내용이 알차고 필요한 정보라 판단돼 더 많은 국민에게 알릴 요량으로 인용ㆍ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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