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연구 지속 또는 중단 해야 하나’ 활발한 토론
미래식량자원포럼ㆍ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최

주제발표자와 패널토의자들. 왼쪽부터 유장렬 연구위원, 김해영 교수, 하상도 교수, 장호민 센터장.
“GMO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입장이 필요하고, 특히 안전관리 투자 확대로 GMO에 대한 불명확한 정보와 지식, 이해부족 등으로 부작용을 걱정하는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장호민 센터장
장호민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은 12일 사단법인 미래식량자원포럼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이 서울 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 주최한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연구 지속 또는 중단’ 주제의 토론에서 이 같이 정부에 제안했다.

그는 이날 발제에 이은 패널토의를 통해 “아프리카지역 국가들은 잇따라 GM작물의 시험재배에 나서고 있으며,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 국가들도 GM작물의 안전성을 신뢰하면서 경제적 가치에 큰 비중을 두고 실용화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정부도 확실한 입장(스탠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센터장은 “지난 6월 GM성분 라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을 때 자세히 살펴보니 부정적인 기사가 우세했고, GMO 관련 행사도 불신을 기조로 한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면서 “찬성과 반대 어느 쪽도 그들끼리만 대화하고 소통하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을 ‘비정상’으로 진단하는 그는 “GMO는 과학이기에 앞서 사람들의 먹거리인 탓에 거기에 윤리와 규범, 문화, 경제성 등 삶의 다양한 환경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내포돼 있어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어렵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등의 노력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유장렬 연구위원
패널토의 앞서 유장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GM작물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20년간 GMO 연구ㆍ실용화로 농가소득이 1,679억 달러 늘었고, 제초제ㆍ살충제 사용 19%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한해 1,200만대의 차량 운행을 하지 않은 만큼의 탄소배출 감소, 빈곤과 기아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나의 GM 작물을 상업화하기 위해선 약 1억3,600만 달러의 연구비와 1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우리나라가 지금 GMO 연구를 중단하면 나중에 미국ㆍ유럽ㆍ일본ㆍ중국 등에서 로열티를 주고 GMO 기술을 비싸게 사와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GM 작물 총 개발비 중 유전자 탐색에 23%, 작물 개발에 51%, 안전성 평가와 종자 등록에 26%가 투입된다”며 “GM 작물은 지난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전체 농지의 약 12%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한 건의 안전성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그는 GM 작물이 식물 질병 퇴치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GM 파파야와 GM 바나나를 예로 들었다. GMO 기술이 하와이 파파야를 구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바나나 공급의 47%를 차지하는 캐번디시 바나나를 전멸 위기로 내몰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세균성 마름병) 예방에도 기여할 것이란 얘기다.

1990년대 하와이에 서식하는 파파야 나무의 절반 이상이 윤문 바이러스 병으로 죽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1998년 하와이 대학 연구진이 레인보우 파파야라고 불리는 신품종(GM 파파야)을 개발해 사태를 해결했다. 현재 하와이에서 재배되는 파파야의 약 77%가 GM 파파야다.

캐번디시 바나나의 세균성 마름병 예방을 위해 마름병균에 저항성을 가진 피망의 유전자를 삽입한 GM 바나나는 현재 효과 등을 확인하기 위한 포장시험에 들어갔다. 유 전문연구위원은 “GMO 기술이 ‘바나나겟돈’(바나나 전멸)을 피하게 하는 구세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영 교수
경희대 식품공학과 김해영 교수는 “현재 전 세계에서 GMO 연구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며 “과거엔 제초제 저항성 콩 등 생산자를 위한 GM 작물이 주였으나 최근엔 건강 기능성을 가진, 소비자ㆍ수요자 중심의 GM 작물 개발에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GM 작물 개발의 중심축이 농업용에서 화장품ㆍ의약품ㆍ바이오에너지 등 산업소재ㆍ환경정화ㆍ환경보전 등을 위한 작물로 옮겨가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예로 지카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GM 모기, 호주에서 개발한 GM 파란 카네이션, 일본의 GM 파란 장미와 파란 국화, 케냐의 GM 안개꽃, 브라질의 GM 바이오에너지 생산 GM 나무, 일본의 사람 화분증 완화 GM 쌀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GMO 연구나 개발을 놓고 찬반 양측이 과도한 갈등을 빚기 보다는 소비자와 전문가가 함께 위해성 평가에 참여하는 등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패널토의를 통해 “GMO 연구와 상용화가 작물 대량생산 등 양적인 부분보다 의약품이나 생태계 보전 등 질적인 부분으로 이행된다는 사실에 공감한다”면서 GMO는 국가가 비용과 편익 차원에서 필수적으로 선택할 미래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끊임없는 안전성 논란과 관련 “반대론자들의 입장과 주장도 이해하지만 부작용 사례도 없고 전세계적으로 ‘유전자 가위’를 인정하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어 GM작물에 대한 한국형 표시제도를 만들어 소비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 불신을 줄여주고 GMO연구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자 가위’란 인간세포와 동식물세포의 유전자를 교정(genome editing)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부위를 자르는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로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제거해 문제를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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