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들의 보수교육이 의무화된다. 국민영양관리법의 하위 법령인 시행규칙ㆍ시행령(안)이 다 만들어졌다. 시행기관도 대한영양사협회로 결정됐다. 영양사들에겐 새로운 규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제 언제부터 시행하는가만 남아 있다. 국민영양관리법의 발효시점이 9월 말이니 그 이후라고 보면 맞다. 빠르면 초겨울, 늦어도 내년 초부터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3만여명의 이 나라 영양사들은 또한번 보수교육 때문에 신경을 쓰게 됐다. 가뜩이나 바쁜 몸과 시간을 더 쪼개 써야 한다.

영양사 보수교육의 본격적인 교육시행에 앞서 되짚어볼 만한 대목이 적지 않아 보인다.

먼저 ‘교육비용’이다. 이미 3만원으로 정해진 듯하다. 위생교육 비용을 기준으로 법을 만들었으니 그대로 시행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복지부 산하 단체인 대한영양사협회는 법대로 움직일 것이 확실하다. 좋은 명분을 찾아 수정의견을 개진할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복지부는 이미 협회의 의견을 듣고 합의한 뒤(정부의 표현이다)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비에 차등을 두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 일인지 궁금해진다. 영양사들의 보수는 몸담고 있는 조직과 위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1년을 일해도 10년을 근무해도 똑같은 급여를 받고 있는 학교 회계직 영양사, 중소기업에 몸담고 있는 영양사 등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를 받고 있는 수많은 영양사들을 배려해 교육비를 차등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을 크게 해치는 일일까? 물론 어느 정도 영양사들의 컨센서스가 필요한 일일 수 있다.

정부가 법을 만들어 강제로 시행하는 의무교육이니 반대할 수는 없다. 새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교육감들 중 상당수도 학교 회계직원들의 처우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심도 있게 검토해볼 만한 사안일 것이다. 정부도 영양사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양사 보수교육 비용에 관한 사항을 협회의 장이 정해 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해놓았다.

‘보수교육 1년 주기’도 재검토할 만한 대목이다. 보수교육은 중요하고 필요하다.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정부가 밝혔듯이 최근 영양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영양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종전 급식관리에서 아동과 환자의 영양교육 및 상담, 건강기능식품 상담, 지역주민의 영양지도 등으로 한층 폭과 깊이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마다 실시하는 것이 적정한가’는 되짚어볼 만한 부분이다. 꼭 1년마다 교육해야 ‘영양관리 수준 및 자질 향상’이 이뤄지는 것일까. 미국도 5년 주기로 보수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법(국민영양관리법)을 제정해 입법예고했을 때 의견개진이 없었으니 모든 영양사가 공감하고 동의한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과 내용은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정보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인터넷보다 우수하고 유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국내도 모자라 외국 사이트까지 뒤져 알고 싶은 것을 찾고,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채우고 있는 영양사들이 적지 않은데….

1년마다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에 맞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국민영양관리법이 정하고 있는 ‘영양소 섭취기준 및 식생활 지침의 발간 주기 5년’에 맞추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법은 이미 제정됐다. 당장 수정하긴 어렵다. 불합리하다면 시간을 두고 서명운동을 통해 여론을 모아 개정, 건의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가급적 규제를 완화하려는 정부의 선처를 바랄 수 있다.

덧붙여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는 문제도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모든 컨텐츠들이 인터넷을 넘어 모바일로 들어오는 첨단 IT시대이다. 굳이 한 장소에 모여 등록하고 강의하고 교육받는 오프라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시대 흐름에 맞는 법 제정이 아쉽다. 위생교육을 온라인으로 전환한 식품협회를 부러워하는 영양사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위생문제 때문에 영양사들은 급식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런저런 일로 자리를 비우게 하는 사례는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영양관리법의 시행규칙ㆍ시행령(안)에 과연 일선 현장 영양사들의 의견을 얼마나 담아냈을까도 궁금하다. 복지부는 이들 법령을 제정하기 위해 그동안 ‘태스크포스팀’ 을 운영했다. 그리고 지난 4월 세차례에 걸쳐 대한영양사협회와 한국영양학회,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보수교육에 관한 합의안을 도출,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주로 교수들로 구성된 학회는 접어두고, 영양사협회가 보수교육 시행과 관련해 얼마나 많은 영양사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는지 모르겠다. 영양사들 사이에 아무 얘기가 없는 것을 보면 소리소문 없이 진행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하위법령 입법예고는 지난달 중순에 있었다. 6월 7일까지 법안에 대한 의견을 내도록 돼 있다. 영양사협회 홈페이지의 공지사항과 새소식 등 어디에도 보수교육 내용에 대한 안내가 지금까지 없다. 3만명에 이르는 영양사들이 돈과 시간을 내고 받아야 하는 중차대한 보수교육인데도 말이다.

복지부는 당초 5월말에 시행규칙ㆍ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주일가량 앞당겨 입법예고했다. “국민영양과 직결된 사안이니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그랬다”고 말했다. 순간 ‘선거시기와 맞물리게 하려 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 지나친 억측일 것이다.

보수교육은 법이 정해 놓았으니 꼭 받아야 하는 교육이다. 현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 다만, 관행과 형식에 흐르지 않은 건강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내실이 가득하면서도 수많은 영양사(회원)들의 입장과 그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 더 헤아려주는 후속조치들이 나와 주길 기대해 본다.

보수교육의 교과과정, 실시방법, 비용과 그밖에 보수교육을 실시하는데 필요한 사항은 영양사협회의 장이 정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협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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