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 고두신 서울친환경유통센터장

학교급식의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학교급식센터’라는 데에 다른 의견을 내놓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안전하고, 양질의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먹을거리란 점은 큰 강점이다.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재정 지원도 매력적이다. 부적절한 거래를 막는 유효한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와 교육청이 급식센터를 만들려고 애쓰는 이유와 배경도 거기에 있다. 학부모는 두말할 것도 없고, 학교 현장에서도 관내 급식센터 설립을 고대하고 있다.

고두신 센터장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가치와 역할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부러움을 사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돼 친환경 무상급식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학교급식의 새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찾아 고두신 센터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 개장 100일을 맞았다. 운영 사례를 들어보자는 요청이 잇따르는 것으로 안다.
△아직 내실을 다질 것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센터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외부의 요청에 응하는 것도 센터의 설립취지와 목적에 맞는다고 생각해 적극 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관계자 회의까지 참석했다. 우리 센터 같은 것들이 뒤따라 생겨나면 국민과 정부 모두에게 유익한 일일 것이다.

- 외부에서 센터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교육과학기술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교육청 등은 우리 센터가 급식 비리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품질 좋은 친환경 농산물을 납품하는 ‘최적의 시스템’으로 호평하고 있다.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하면서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G2B(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도 불공정한 거래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긴 하지만 품질 보증이 어렵다는 맹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무상급식이 대세다. 새로운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등이 무상급식을 속속 현실화시킬 경우 센터의 역할이 커지는가.
△저렴하고 안전한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해주고 있는 센터에겐 반가운 정책이다. 무상급식이 실현되면 교육청, 학교의 한정된 예산 중 값싸고 품질 좋고 안전한 식재료의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센터는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납품업체 등을 거치는 4~6단계의 유통구조를 개선해 산지에서 센터를 통해 직접 학교로 납품되는 직거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센터의 역할과 기능은 각급 학교의 효율적인 예산집행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에 위치한 서울친환경유통센터.

- 고객 만족도는 어느 수준인가.
△지난해 시범사업 결과 학부모와 학교 교장 및 영양사 등 일선현장에서의 만족도가 높게 나와 안전성과 품질을 검증받은 셈이다. 공급대상 학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도 센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입증한다. 지난해 3월 25개 학교에서 올 5월말 현재 198개 학교로 급증했다. 앞으로도 고품질 친환경 식재료를 찾는 학교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성 검사.

- 공급물량 확보에는 문제가 없나.
△매주 공급점검회의를 갖는다. 산지 작황은 어떤지, 배송과 납품에는 애로사항이 없을 것인지 등등 모든 상황을 세밀하게 체크한다.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학교에서는 센터의 온라인 수발주시스템을 통해 1주 단위로 발주를 내기 때문에 수급은 원활하다.   

 - 취급물량이 많아지면 품질관리도 쉽지 않을 텐데.
△비용은 타협할 수 있지만 품질은 결코 타협대상이 될 수 없다고 식재료 납품업체들에게 수시로 강조한다. 학교에서 특정 품질을 요구하면 무조건 맞춰 납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센터의 기본방침이자, 대전제이다. 이를 어기는 업체에게는 제재가 뒤따른다.

-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처음보다 대폭 줄었지만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클레임이 큰 어려움이다. 오픈 초기에는 사실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다. 일기불순으로 일조량이 부족해 생산량도 줄어드는 등 친환경 농산물의 작황이 좋지 않아 클레임이 잇따랐다. 친환경 농산물들은 일반 농산물보다 모양과 외관이 미흡해 시각적인 만족도를 주기 힘들다. 오히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만….

- 클레임이 거의 없어졌다고 했는데.
△5월 들어 날씨가 정상화되고 노지재배 농산물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나아졌다. 식재료의 선택폭이 넓어진 만큼 품질이 향상되는 건 당연하다. 198개 학교에서 4,5건 정도 클레임이 나오는 수준으로 향상됐다. 센터로서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납품ㆍ배송업체와 함께 현장을 찾아 어떻게든 원만하게 해결해 내야만 한다. 협력업체들도 현장 대응에 익숙해져 있고, 산지에서도 학교가 요구하는 농산물 수준에 맞춰주고 있는 덕분이다.

- 클레임 처리는어떻게 하나
△품질에 이의를 제기하면 곧바로 교환해주고 있다. 예비물량이 없으면 강서농수산물시장 에서 사다가 즉시 공급해준다. 학교 요리시간 때문에 서둘러야 할 때는 학교 주변 마트에서 사다가 납품하기도 한다. 처음 뛰어든 시장이니까 민간업체보다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센터의 자세이다. 이제 테스트 마케팅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사업궤도에 오른 느낌이다.

- 민간기업처럼 수익 늘리기를 염두에 둔 어조로 들린다.
△그렇지 않다. 지난해 시범사업하면서 생산지를 직접 물색하고 납품업체를 선정하면서 산정한 공급가격과 기존 가격하고 비교분석한 결과 16%의 원가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단계를 축소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만이 가질 수 있는 공공성의 장점이다. 특히 우수한 품질의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면서 안전성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보면 센터로서도 최소한의 관리비용을 얻어야 되는 것이라고 보면 맞다.

- 학교에 바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대면검수의 경우 통상적으로 10~15분이면 끝나지만 30~40분이 걸리는 학교도 있다. 품질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신뢰를 쌓았으면, 더 좋은 상품을 찾아 납품하려 애쓰는 센터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러나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라는 사장님의 엄명이 있는데다 최상의 고객 만족도 유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 영양(교)사의 철저한 검수는 필요한 법이다.
△물류의 현실성을 감안해 달라는 뜻이다. 적정한 대면검수 시간은 원활한 물류와 직결되고, 이는 비용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효과는 즉시 학교의 원가절감에 반영될 것이다. 공공기관인 센터를 믿고 검수시간을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송차가 곧바로 이웃 학교로 가야 하는데 시간이 지체되면 다른 학교들이 줄줄이 곤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있을 것이다.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나온 불만족스러운 내용은 공사 업무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센터를 상세히 알려 현장의 이해를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센터도 우수한 식재료만 공급하면 된다는 생각 아래, 현장에서 벌어지는 세세한 상황에 대해 잘 몰랐다. 그래서 앞으로 영양(교)사들과의 토론회도 열고, 산지 체험도 기획하고, 선진 유럽현장도 시찰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안전하고 품질 좋은 친환경 식재료 공급을 위한 기반다지기 정도로 이해해주면 좋을 듯하다.

밤 9시. 산지에서 배송차량들이 센터에 도착하고 트럭에서 내려진 농산물들은 10시부터 12시까지 잔류농약 안전성검사를 거친다. 이어 각 식재료의 바코드를 PDA로 찍어 납품학교, 품목, 중량, 친환경등급 등을 확인한다. 품질과 신선도를 점검하는 검품 과정은 자정부터 시작해 새벽 5시쯤 마무리된다.

철저한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식재료만 학교에 공급하고, 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비용을 줄여 신뢰를 얻고 있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거기에 투명한 거래로 신뢰를 더하는 센터는 오늘도 학교의 새벽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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