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매일 집밥 88> 펴낸 임춘미 영양사

3월 21일은 ‘암 예방의 날’. 우리나라 암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50%가 넘는다. 치료와 식생활을 통한 암 관리만 잘하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는 뜻이다. 암 예방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요즘 서울암요양병원 임춘미 영양사가 나우쿠킹 이난우 요리연구가와 손잡고 펴낸 암 환자를 위한 요리책이 더욱 눈길을 끈다.

암 환자 회복 돕는 영양 전문가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암 유병자 수는 무려 140만 명에 달한다. 암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치료는 당연하고, 오랜 시간 진행하는 힘든 치료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영양 섭취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서울암요양병원’은 요양 환자와 암 환자의 심리·운동·영양 상태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입소문 난 곳이다. 서울암요양병원에서는 환자가 치료 중 직면하는 여러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며 긍정적 생활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심신의 치유를 목표로, 환자가 암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돕는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영양 치료다. 환자에게 알맞은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은 치료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힘든 치료를 견디기 위해 필요한 체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다.

환자들에게 건강한 식단 제공하기 위해 노력

임춘미 영양사는 서울암요양병원에서 암 환자들에게 중요한 이 영양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후 외국계 식품 회사 메뉴개발팀, 대학교 교직원식당 영양사, 학교방과 후 아동 요리 선생님 등의 다양한 경력을 지닌 임춘미 영양사는 이후 두 곳의 병원을 거쳐 지금의 서울암요양병원에서 영양사로 2년째 일하고 있다.

“서울암요양병원은 암 전문 병원이기 때문에 이곳으로 옮긴 후 암과 관련해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도 암 환자를 위한 식단을 제공했지만, 아무래도 서울암요양병원은 암 환자의 비율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식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어요. 따라서 암별로 관련 책을 구입해 각종 암에 대해 공부했고,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들은 필요할 때 찾아보기 쉽도록 저만의 자료를 만들어두었어요. 특히 암 환자들은 경우에 따라 제한식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확실히 챙기는 것이 병원 영양사의 본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병원의 경우 입원한 환자는 무조건 저와 상담을 해요. 상담을 통해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파악하고 환자가 피해야 하는 식품을 고려해 식단을 준비합니다. 예를 들어 위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식단에는 감귤류를 제한하고, 폐암에 어떤 식재료가 좋다고 하면 그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준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임춘미 영양사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접 환자를 만나식사에 만족하는지, 부족한 점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일 또한 자신의 역할이라고 임춘미 영양사는 말한다.

“점심시간에 식사가 완성되면 저도 병동에 함께 가서 살펴보는 경우가 많아요. 준비한 음식이 환자들 입맛에 맞는지, 어떤 점이 부족한지 등을 정확하게 알려면 직접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또 잔반을 확인하고 각 환자별 특징을 메모해 다음 식단 준비에 참고하기도 합니다.”

맛있는 식단으로 환자 건강 챙기고, 삶의 의지 북돋아

“우리 병원은 요양 환자와 암 환자가 있는 곳이잖아요. 특히 힘든 치료를 견뎌내야 하는 암 환자의 식단은 조금이라도 더 신경 써서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암 환자는 치료를 받기 위한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 또 회복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잘 먹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이를 위해 저는 철저한 위생을 바탕으로 좋은 식자재를 활용해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산 전복, 대하, 추어 등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식재료 등도 아낌없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병원은 메뉴가 굉장히 다양한 편인데요, 공지한 식단 외에 환자에 따라 맞춤 메뉴를 제공하기도 하고, 특정 메뉴가 꼭 먹고 싶다고 말씀하시면 준비해드리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병원의 협조가 있기 때문인데요, 병원에서 암 환자의 치료와 회복에 식사를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저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계세요. 따라서 환자가 특별히 원하는 메뉴가 있거나 업체에서 준 제품의 질이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제가 직접 병원 앞에 있는 시장에 가서 싱싱하고 좋은 식재료를 구입해 제공하기도 한답니다. 또 후식으로 제공하는 과일 같은 경우에는 환자의 정서를 고려해 흠집 없는 걸로 드리는 것이 저만의 철칙이에요.”

임춘미 영양사는 음식에 사용하는 식재료뿐만 아니라 음식 맛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준비해도 환자가 먹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조리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고민한답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은 살리고, 인공 조미료 대신 건강한 방법으로 감칠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고려해 준비하다 보니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맛있게 먹는 환자의 모습을 보면 그만큼 제 일에 보람을 느낀답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통해 환자의 치료와 회복 의지를 북돋아주는 것이 제 역할인 것이죠.”

건강 회복에 도움 되는 다양한 ‘암 식단’ 선보여

암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에는 영양 전문가인 영양사가 환자의 상태에 따른 체계적인 영양 관리를 해주지만, 문제는 퇴원 이후다. 암 환자의 식생활과 관련한 각종 정보가 난무하기 때문에 그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 자칫 과장된 사례와 잘못된 정보에 현혹될 위험도 있다.

환자의 건강과 회복을 최우선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을 선보이는 서울암요양병원의 임춘미 영양사가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암 환자 식단 레시피 북을 펴낸 것은 수많은 암 환자들이 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평상시 건강한 식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암 발병률 상위권을 차지하는 폐암과 위암을 비롯해 대표적인 여성 암인 유방암, 최근 발병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 갑상선암 등 4가지 암을 주제로 암별로 환자들의 회복과 치료에 도움되는 레시피를 담았다. 총 88가지의 암레시피는 실제로 서울암요양병원에서 암 환자들에게 제공한 음식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힘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암 환자에게는 체력이 굉장히 중요해요. 따라서 음식을 통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해야 하죠. 암 환자는 상태에 따라서 어떤 식재료는 제한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 어떤 식재료는 체력 보충에 도움을 주어 섭취를 권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도 계속 같은 음식을 먹다 보면 질리기 마련이죠. 따라서 이 책에 실린 요리는 암 환자가 섭취하면 좋은 제철 식재료를 바탕으로 가정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조리법이 간단한 메뉴로 구성했습니다. 이 책이 힘든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춘미 영양사는 서울암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바쁜 일정에도 올해 식품영양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좀 더 깊게 영양 치료에 관한 공부를 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임춘미 영양사가 만나는 환자들은 앞으로 더 전문적이고 정성 어린 식단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뉴트리앤_글 황태희 | 사진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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