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전문가 긴급 간담회 열어

“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의 발표는 각국이 식품안전ㆍ보건정책에 참고하라는 권고안 수준이다.”_정상희 호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류의 ‘1급 발암물질’은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평가가 아니지만, 어쨌든 식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골고루 먹는 것이 해답이 될 것이다”_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가공육 등의 발암물질 지정은 육류 섭취가 많은 서구인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로 보면 맞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가공육 소비량이 4.4㎏으로 미국의 10분의 1, 독일의 7분의 1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이고 WHO가 발표한 18.3㎏의 24% 수준에 불과하다.”_최윤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세계보건기구(WHO)가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류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불안감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29일 서울 라마다 호텔&스위트 남대문에서 개최한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주제발표자와 패널들이 실상을 알렸다.

정상희 교수(오른쪽 세번째)가 패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 권훈정 교수, 백형희 교수, 정 교수 건너 최윤재교수, 김형식 교수.
패널로 나온 정상희 호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는 “IARC는 보고서에서 칼슘을 섭취하면 가공육이나 적색육에 의한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IARC가 평가에 참고한 문헌엔 클로로필(엽록소)ㆍ폴리페놀ㆍ비타민 Cㆍ비타민 E 등이 암 발생을 차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가공육이나 적색육을 먹을 때 엽록소ㆍ폴리페놀ㆍ비타민 Cㆍ비타민 E가 풍부한 채소를 곁들여 먹는 것이 건강한 육류 섭취법이란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또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ㆍ철분ㆍ칼슘 등이 풍부한 고기를 즐기되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IARC는 가공육의 경우 하루에 50g 이상 섭취하면 발암 위험이 18%, 적색육을 하루 100g 이상 먹으면 발암 위험이 17% 높아진다고 밝혔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가공육 50g은 핫도그형 소시지 한 개와 비엔나소시지를 5개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고 “적색육 100g은 작은 안심 스테이크 한개 정도의 양”이라고 설명했다.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1일 가공육 섭취량은 6g 정도에 불과하다. 가공육을 많이 먹는 순서로 상위 5% 이내에 든 사람은 하루 14g, 1% 이내인 사람은 151g을 섭취한다.

또 소고기ㆍ돼지고기ㆍ양고기ㆍ염소고기 등 적색육의 1일 평균 섭취량은 56g으로 IARC가 문제 삼은 하루 100g 이상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적색육 섭취량이 많은 순서로 상위 5%는 하루 302g, 상위 1%는 886g을 섭취한다. 이처럼 과도한 양을 섭취하는 사람들은 적색육과 가공육 섭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최윤재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인의 90% 이상이 현재 적색육 등 육류 섭취가 부족한 상태”이며 “정부가 각 연령대병ㆍ성별 적정 육류 섭취량을 하루 속히 마련해 국민에게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IARC가 이번에 문제 삼은 가공육 내 발암가능 성분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ㆍ이환방향족아민(HCA)ㆍ니트로스아민ㆍ헴(heme) 철.

김형식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PAHㆍHCA를 최대한 적게 섭취하려면 고기를 직접 불에 직화해서 구워먹지 말고 삶거나 익히는 등 고기에 열은 가급적 낮게, 짧게 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현재 수준의 가공육과 적색육 섭취는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며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백형희 단국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지나친 육류 섭취는 심장병ㆍ당뇨병 등 다른 질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1군 발암물질 분류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공육이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됐다고 해서 가공육 섭취가 흡연이나 석면 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WHO의 분류는 가공육이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의미이지, 위해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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